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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BMPS 伊 구제금융 투입에 "선례 되면 안 돼" EU 압박

독일이 이탈리아의 부실은행 '방카 몬테 데이 파스키 디 시에나'(BMPS)에 대한 정부 구제금융과 관련 '대마불사(大馬不死) 척결' 규정을 지키라고 유럽연합(EU)을 압박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6일 보도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지난주 말 BMPS가 EU 규정상 선제적 재자본화 대상이라며 구제금융을 투입하기로 한 바 있다.

정부 안에 따르면 BMPS의 주식보유자들은 희석을 감수해야 하며, 후순위채를 보유한 기관과 소매투자자들은 출자전환을 해야 한다. 단, 4만 명에 달하는 소매 후순위채 보유자들은 선순위채로 전환해주기로 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014년 제정된 EU 규정은 은행의 대마불사를 척결하기 위해 세금을 통한 구제금융에 엄격한 선결 조건을 내걸었다.

이 규정에 따르면 부실은행은 선순위채를 포함, 채권보유자들이 채무의 8%를 삭감하는 손실을 감수해야 구제금융 투입이 가능하다. 하지만 선제적 재자본화를 통하면 주주나 후순위채 보유자는 손실을 볼 수 있지만, 선순위채 보유자는 손실을 면할 수 있다.

이에 따라 BMPS가 선제적 재자본화 요건을 갖췄다며 구제금융을 투입하는 것은, 엄격한 선결 조건을 피해 가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선제적 재자본화 요건을 갖추기 위해서는 구제금융이 일시적이고, 최근이나 향후 손실을 상쇄하는 데 사용돼서는 안 된다.

독일은 이탈리아 정부의 BMPS에 대한 구제금융이 EU규정을 약화하고, 다른 은행들이 EU규정을 피해갈 때 활용될 수 있는 선례가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카르스텐 슈나이더 독일 분데스탁 금융위원회 사민당 위원은 "납세자가 BMPS를 구해야 한다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그 은행은 이미 문을 닫았어야 하는지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한스 미헬바흐 독일 분데스탁 금융위원회 기민당 위원은 "BMPS는 EU 규정 적용을 면하게 된다"면서 "이는 이탈리아 정부의 불법적 구제금융"이라고 지적했다.

이탈리아는 BMPS에 대한 구제금융을 위해 유럽집행위원회(EC)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 절차에는 2∼3개월이 소요된다.

BMPS의 자문을 맡은 유럽중앙은행(ECB)은 BMPS의 자본 필요 정도에 대해 평가를 해야 한다.

BMPS는 르네상스 시기인 1472년 이탈리아 중부 시에나에 창궐한 흑사병으로 인구의 절반 이상이 사망하자 프란치스코 수도회 수사들이 빈자를 돕기 위해 설립한 세계 최고(最古) 은행이다.

이 은행은 2007년 이탈리아 국내 은행인 방카 안톤베네타를 90억 유로에 인수하며 우니 크레디트, 인테사 산파올로에 이어 자산 규모 면에서 이탈리아 3위 은행으로 뛰어올랐다. 하지만 적정가의 2배에 달하는 비싼 가격에 안톤베네타를 인수한 것은 몰락의 전주곡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