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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결칼럼] 노자, 장자의 지혜가 생각나는 계절

올해도 며칠 남지 않았다. 최순실 국정농단사건과 촛불 집회, 그리고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의 진행으로 어지럽고 혼란스러운 사건들이 연이어 발생하여 정신없이 지나다보니 벌써 병신년의 끝자락이 보이기 시작한다. 예사롭지 않은 일들이라 시민들은 관련 뉴스에 귀를 기울이기는 하지만 얼굴에 스며있는 안색이 그리 밝고 유쾌하지만은 않은 것 같다.

올해 내내 경기가 좋지 못하니 대부분 시민들은 주머니가 두둑하지 못하고, 내년도 경제전망도 그리 밝지 못하니 살림살이가 좋아지기를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실업자는 늘어나고, 직장에 자리를 잡고 있는 사람 중에서도 구조조정의 위협 속에서 어께를 움츠리는 사람들이 한 둘이 아니다. 얄팍한 사회보장제도로서 하루를 꾸려가는 노인들은 내일의 태양이 다시 솟아오르기를 기대하기조차 힘겹다. 그런 가운데 병신년의 한 해는 서서히 저물어 가고 있다.

이렇게 삶의 언저리가 밝은 구석보다는 어두운 구석이 많은 때는 어떠한 태도로 살아가는 것이 지혜로운 것일까? 장자의 양왕편에서는 “옛날의 도가 있는 자는 역경이나 순경 따위에 얽매이지 않고 인생을 즐겼다. 역경이라고 즐길 수 없고 순경이라고 즐길 수 있는 것만이 아니다”라고 하여 인생은 생각하기 에 따라 언제나 즐길 수 있는 구석이 있다고 하여 긍정정적이고 적극적 삶의 자세를 갖추라고 하였다. 세상만사가 잘 풀리지 않을 때는 그냥 우물물을 독차지하며 사는 즐거움으로 사는 ‘우물 안의 개구리’같이 안분 자족하는 삶도 괞찮지 않을까.

노자는 가장 이상적인 삶은 물과 같이 사는 것이라고 하였다. 물은 유연하다. 둥근 그릇에 담그면 둥글게 되고, 네모난 그릇에 담그면 네모난 모양이 된다. 세상의 흐름에 그슬리지 않고 상황의 변화에 따라 자연스럽게 순응하는 것이 평안한 삶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은 생존의 필수품이지만 정작 자신은 낮은 곳으로 흘러만 간다. 이런 물의 속성에서 우리는 겸허한 자세를 배워야한다. 나라가 어지럽고 경제가 잘 풀리지 않으면 무리한 욕심을 내지 말고 소박하고 겸허한 자세로서 하루 하루 살아가는 것이 현명한 생활태도가 될 것이다.

정치적 혼돈이 되풀이 되는 오늘날 우리나라의 정치지도자들에게는 노자의 도덕경 <제44장>을 들려주고 싶다. “지위에 너무 집착하면 반드시 생명이 닳는다. 재산을 너무 비축하면 반드시 몽땅 잃고 만다. 족함을 알면 굴욕을 당하지 않고, 그침을 알면 굴욕을 당하지 않는다.” 한 때 이 나라에서 정치권력을 마음대로 휘두른 사람들과 재산 많기로 소문난 몇몇 재벌들이 특검의 수사과정에 매서운 홍역을 치르고 있는 것을 보게 되면, 먼 옛날 가르친 노자의 가르침이 오랜 세월이 지난 오늘날도 상당히 유용한 위력을 지니고 있는 것 같다.

<김영종 동국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