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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안종범·문형표 소환…'朴 뇌물죄' 핵심 파고든다

박근혜 대통령의 비위 의혹을 파헤치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27일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현 국민연금관리공단 이사장)과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을 잇달아 소환 조사하며 박 대통령의 제3자 뇌물수수 의혹의 핵심을 파고들고 있다.

특검팀은 이날 오전 강남구 대치동 D 빌딩에 있는 사무실로 문 전 장관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한 데 이어 오후에는 안 전 수석을 불러 조사 중이다.

문 전 장관과 안 전 수석 모두 특검 출석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 전 장관은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보건복지부 산하기관인 국민연금관리공단(이하 국민연금)이 양사 합병에 찬성하도록 압력을 행사한 의혹을 받고 있다.

특검팀은 문 전 장관을 일단 참고인 신분으로 불렀지만, 조사 과정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할 가능성도 있다.

문 전 장관은 D 빌딩에 도착해 기자들과 만나 "(국민연금의 합병 찬성 결정에 관해) 이미 여러 차례 저희가 입장을 설명해드렸던 것으로 안다. 특검에서 잘 말씀드리겠다"고 밝혔다.

국민연금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하게 된 과정에 외압이 없었다는 기존 입장에 변함이 없음을 시사한 것이다.

피의자로 소환된 안 전 수석은 기자들의 질문에 한 마디도 답하지 않고 조사실로 올라갔다.

안 전 수석은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하도록 하라는 지시를 김진수 청와대 보건복지비서관에게 내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특검팀이 두 사람을 잇달아 소환 조사한 것은 국민연금 의사결정 과정의 외압 여부를 중점 추적하는 상황임을 보여준다.

앞서 특검팀은 26일 문형표 전 장관과 김진수 비서관의 자택 압수수색을 통해 휴대전화를 비롯한 물증을 확보한 상태다.

특검팀은 합병 찬성 결정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도 26일에 이어 이날도 불러 조사했다.

특검팀은 홍 전 본부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특검팀은 '안종범 전 수석→김진수 비서관→문형표 전 장관→홍완선 전 본부장'으로 이어지는 외압 흐름을 추적하는 것으로 보인다.

외압의 진원이 박근혜 대통령으로 드러날 경우 박 대통령에게 제3자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

박 대통령은 국민연금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찬성 결정을 내린지 불과 보름 만인 작년 7월 25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단독 면담했다.

이어 한 달이 지난 8월 26일 삼성전자는 최순실 씨 소유의 독일 현지 업체 코레스포츠(비덱스포츠의 전신)와 220억원 규모의 컨설팅 계약을 체결했다.

'비선 실세'인 최 씨의 청탁에 따라 청와대가 국민연금을 움직여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성사시키고 그 대가로 최 씨가 삼성그룹의 금품 지원을 받았다는 의혹을 낳는 정황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핵심 인물인 최 씨를 24일 소환 조사한 데 이어 이날도 조사할 계획이었지만, 최 씨는 불출석 사유서를 내고 응하지 않았다. 특검팀은 조만간 최 씨를 다시 소환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