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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역사교과서 선택혼용제, 일단 한번 시행해보자

역사교과서 논쟁이 일단 정부에 의하여 정리되었다. 지난 27일 이준식 교육부장관은 내년 3월부터 국정역사교과서를 일제히 중고등학교에 시행하기로 한 정부의 방침을 일년 유예하고, 2018년부터 국정교과서와 검정교과서 중에서 학교가 선택적으로 사용하도록 하는 정부의 방침을 발표하였다.

아직도 일부 교육감과 시민단체들은 국정교과서의 반대를 주장하고 있기는 하지만 일단 강제시행의 방침이 수정되었다는 점에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본래 역사교과서의 국정화문제는 지금까지의 역사교과서가 너무 좌편향으로 기울어 학생들에게 올바른 역사인식을 하도록 할 수 없다는 점에서 출발하였다. 그런데 이번에 제작된 국정교과서도 균형감각을 가지고 집필하였다고 하나 전혀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현대사 부분에서 박정희대통령에 대한 비판적 지적은 적은 반면에 경제적 치적과 성과에 대하여는 너무 많은 지면을 할애하여 역사기술의 형평성이 상실되었다고 하는 펑가가 없지 않다.

이번 교육부의 결정은 당초 구상대로 역사교과서를 내년 3월부터 일제히 시행하는 방안과 국정교과서를 완전히 폐기하는 방안의 중간지대에서 이루어진 일종의 절충형태라고 할 수 있다. 공공정책선택에서 절충형을 선택하는 것은 상반된 두 가지의 정책대안을 놓고 어느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위험하거나 성공가능성이 높지 않을 때 흔히 사용되는 정책의 선택방법이다. 지금은 국정교과서제도의 도입을 시도하여 왔던 박근혜정부의 생명이 거의 끝나가는 시점이다. 이는 국정교과서의 동비에 반대하는 여론이 많은 것과 더불어 내년 3월 국정교과서 일제시행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게 하는 조건이다. 그런데 편향적 시각으로 써여진 검정교과서를 바로 잡아보고자 지난 1월부터 많은 인적 물적 자원을 투입하여 국정교과서 초본이 완성되었다. 이는 부분적이나마 한번 사용을 시도해볼만한 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2018년 역사교과서 채택은 일단 학교의 자율적 선택에 맡기게 되면 결국 어느 것이 학생들에 대한 역사교육에 더 바람직한 것인지 판단될 수 있다. 역사를 가르치는 선생님과 배우는 학생들에게 의견을 물어볼 수도 있을 것이다. 단기간이라도 선의의 경쟁을 시켜서 중고등학생들에 대한 역사교육이 바르고 효과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다음 정부에서 차분하게 재 검토해보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