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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내년경제운용, 경기회복정책이 전부가 아니다

정부는 황교안 대통령권한대행이 참여한 경제장관회의에서 내년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였다. 기본방향은 내년의 경제성장률을 2.6%로 잡고, 침체된 경기를 회복하기 위하여 재정집행을 조기에 대거 앞당긴다는 것이다. 가용예산의 31%에 해당하는 87조원을 1/4분기에 집행하여 재정의 경기부양효과를 극대화한다는 의도이다.

당초 3%까지 경제성장률을 전망하였던 것을 2.6%로 하향조정한 것은 이해가 간다. 외국계은행은 이미 내년의 우리 경제성장률을 2.4%로 예측한 바 있고, 일부 국내 연구기관과 대기업은 2%대를 지키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타나고 있는 마당에 목표치의 하향조정은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 경제가 연속 3년 2%대 저성장의 터널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다시 내년도 저성장을 감수해야 한다면 예사문제가 아니다. 내년 세계경제성장률 평균치는 3%대인데 우리는 계속 세계평균을 밑돌고 있는 것이다.

내년도 한국경제를 어렵게 하는 요인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대외적으로 미국의 금리상승과 보호무역주의, 중국과 미국의 무역갈등이 예상되고 대내적으로는 정치적 불안정 요인이 당분간 해소되기 어려운데다 재정정책을 전개하는데 장애가 되는 주택의 과잉공급으로 인한 부동산버블, 1,300조원이 넘는 가계부채의 압박 등이 도사리고 있다.

이런 국내외의 어려운 경제환경을 고려한다면 경기부양책을 통하여 2.6%의 성장률을 달성한다는 것도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경제에서 더 심각한 문제는 양적 확대를 통하여 경제성장을 추구하는 것만으로는 치유되기 어려운 구조적 결함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재정조기집행, 공공기관투자, 정책금융확대 등을 통하여 경기회복의 견인효과를 기대하고 있지만 이런 땜질처방과 같은 전통적 대책은 이미 재탕 삼탕되어 온 것으로 정부가 예상하는 큰 정책효과를 거두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우리경제를 견인하여 온 수출이 줄어들고, 소득의 정체와 고용악화로 내수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으며, 이는 투자율의 저하로 악순환 되고 있다. 주력상품의 대외경쟁력이 약화되고 있으며, 전략적 신상품개발은 답보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박근혜정부가 창조경제를 부르짖었으나 형식적 구호에 휩쓸려 예산만 낭비한 꼴이 되고 말았다. 늘어나는 실업자를 해결하기 위하여 정부와 공공기관에서 6만 명 이상을 채용한다고 하나, 이는 고용절벽을 해결하는데 임시방편에 지나지 않는다. 근본적으로 일을 할 만한 자리가 부족하고, 구조조정에 밀려나는 근로자들의 대체노동을 발견하기는 어렵다.

경제운용의 기본방향에서 양적 팽창정책 못지않게 좀 더 신경을 써야 하는 것은 우리경제에서 꺼져가는 성장동력을 회복시키는 것이다. 신상품, 신시장을 개발하도록 재정, 금융과 기술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하며, 인공지능의 산업화 및 제4차 산업혁명에 뒤떨어지지 않게 정부가 앞장서 견인하고, 지원하며, 조정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번에 발표한 정부의 경제운용방향은 생명이 얼마 남지 않은 현 정부의 생색내기에 맞춰서 대충 설계된 느낌을 떨치기가 어렵다. 내년 정책방향을 우리 경제의 미래와 장기 비전에 맞추고, 중병에 걸려 있는 우리경제를 치유할 수 있도록 내년 경제정책방향을 좀 더 알차게 수정 보완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