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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김정은, 올해 신년사도 경제분야 최우선 강조

"신년사서 핵 무력·ICBM 언급 처음…올해 6차 핵실험 가능성 커"
"김정은 자아비판 이례적…3대 세습 완료 과시하려는 표현인 듯"

남북관계 전문가들은 1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발표한 신년사가 대부분 기존의 주장을 답습했다는 분석을 내놨다.

올해 미국 새 행정부의 출범, 한국의 대통령 탄핵과 조기대선 등의 불확실성을 고려해 원칙적인 언급으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으면서 무기 개발과 대남정책에 있어 기존 정책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전략인 것으로 풀이했다.

전문가들은 김정은이 한국에서 새로 출범할 차기 정권의 대북정책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고 평가했다.

올해 한국에서 새 정부가 출범하면 남한과의 관계개선을 통해 북미관계 개선으로 나아가는 '선남후미'(先南後美) 정책을 추구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또 김정은이 자신의 능력 부족을 거론하는 등 최고지도자로서는 극히 드문 '자아비판' 성격의 발언을 한 점에 대해서도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 = 올해 북한의 신년사는 듣는 사람이 워싱턴(미국)이라는 것이 특징이다. 미국이 신경 쓰는 부분인 핵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실어나르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과연 미국 본토에 떨어질 수 있느냐다. 북한이 미국을 움직이려면 그것이 미국에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그것의 개발이 마감 단계에 왔다고 주장한 것은 이래도 자신들과 협상을 하지 않을 것이냐, 자신들의 요구를 이래도 안 들어 줄 것이냐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신년사는 주로 북한 내부와 남한에 초점을 맞췄는데, 올해는 김정은이 국제정세에 맞춤형 신년사를 했다고 볼 수 있다. 김정은이 자아비판을 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고, 새로운 전략이다. 지도자가 약할 때는 그런 표현을 못 쓴다. 이런 표현을 통해 3대 세습의 완료를 과시한 것으로 본다.

◇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 =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대륙간탄도로켓(ICBM) 시험발사 준비사업이 마감 단계에 이르렀고 신형의 정지위성 운반로켓용 대출력 발동기 지상분출시험에서 성공함으로써 우주정복으로 가는 넓은 길을 닦아 놓았다고 밝힌 점에 비춰 볼 때 올해 안에 ICBM 개발을 완성하기 위해 여러 차례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할 가능성이 크다. 북한은 이르면 올해 1월 8일 김정은 생일 전이나 1월 20일 트럼프 미국 행정부 출범 전에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할 것으로 예상한다.

또 한국에서 새 정부가 출범하기 전에 한두 차례 더 장거리 로켓을 발사해 올해 안에 ICBM 발사 능력을 과시하려 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도 주장한 것처럼 북한은 올해 안에 제6차 핵실험을 강행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 결과 올해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은 과거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질 것으로 판단된다. 2012년부터 올해까지의 북한 신년 공동사설과 신년사에서 핵 무력과 대륙간탄도미사일에 대해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김정은이 올해 신년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반통일 사대 매국세력'이라고 비난하면서도 남북관계 개선을 여러 차례 강조하고 있는 것은 한국에서 새로 출범할 차기 정권의 대북정책에 대한 기대감을 반영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김정은이 미국에 대해 '민족의 주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매우 강한 적대감을 표명하고 있어 미국하고만 대화하면서 남한과의 대화는 거부하는 '통미배남'(通美排南) 정책이 아닌 남한과의 관계개선을 통해 북미관계 개선으로 나아가는 '선남후미'(先南後美) 정책을 추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 = 전체적으로 새로운 내용이나 제의가 없다. 제7차 당 대회 결정서의 관철에 집중하고 있다. 국가정책의 우선순위를 경제, 정치, 군사, 사회문화, 대남, 대외분야 순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것은 지난해 신년사 형식과 같다. 특히 올해 직접 제시한 구호가 없다. 과거와 비교했을 때 올해 중요한 정치행사에 대한 언급도 없다. 7·4공동성명 45주년, 10·4선언 10주년을 맞아 자주통일의 대통로를 열어나가자는 구호를 제시했지만, 이는 지난 7차 당 대회 결정서에서 제시된 것과 같은 것이다.

그나마 특이한 점은 신년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실명 비난한 점이다. 결국 남측의 혼란스러운 정치 상황을 보면서 북한 사회주의의 우월성을 과시하려는 의도다. 대외 부문에서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 지속 시 핵 능력 강화하겠다는 것도 기존 주장의 반복이다. 다만, 비핵화와 평화협정, 그리고 트럼프 새 행정부에 대한 언급이 없다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 신중한 접근자세를 엿볼 수 있고, 미국 새 행정부의 정책에 따라 수위를 조절하겠다는 전략적 의도가 담긴 것으로 분석된다.

최고지도자의 자아 반성과 인민의 충실한 심부름꾼이 되겠다고 맹세한 점은 간부들의 자아비판을 끌어내고, 인민 친화적인 지도자상을 부각하려는 의도가 담겨있다.

◇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책임연구원 = '일심단결', '자력갱생', '간고분투', '한몸을 촛불처럼 깡그리 불태워야' 등의 표현에서 볼 수 있듯이 대내적으로 허리띠 매고 전력 질주하겠다, 내부자원과 인력동원을 극대화하겠다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대외·대남 부문에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 남한 탄핵과 조기대선 등 불확실성을 고려해 원칙적인 언급으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되 핵·미사일 개발, 대외·대남정책 등에서 기존 정책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읽을 수 있다.

특히 대남정책에 있어 남한의 탄핵과 조기대선 국면에서 공세적 개입을 할 것으로 예측된다. 김정은이 올해 신년사에서 전민족적인 통일대회합을 언급했듯이 이를 관철하려는 시도를 강하게 할 것으로 보인다. 또 한미군사훈련에 대한 강한 대응 가능성을 시사한 점도 주목된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와 압박이라는 고립 상황에서 북한은 자기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이것밖에 없다는 걸 보여주는 신년사다.

예전 신년사와 달라진 것이 거의 없다. 결기와 한계를 동시에 보여주는 신년사라고 평가한다. 김정은의 자기비판은 겸손이라기보다는 주민들에게 앞으로 더 노력할 테니 자신을 지지해달라는 의미로 봐야 한다. 북한의 최고지도자가 '자책'이라는 표현을 쓴 것은 이례적이기는 하다.

◇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 전반적으로 집권 6년 차를 맞은 김정은이 자기식의 국방, 경제, 대남정책을 펴나가겠다는 의지가 보이지만, 크게 특이한 점이 없다. 우선, 첨단무장 장비 연구개발 사업을 활발하게 진행하겠다는 것은 SLBM 등의 무기 실험을 지속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또 대륙간탄도로켓(ICBM) 시험발사 준비사업이 마감 단계라는 의미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압박정책으로 정리될 경우 올해 상반기라도 ICBM급 로켓실험을 할 수도 있음을 강조한 것이다. 이것은 트럼프 행정부를 우회적 압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한마디로 ICBM급 로켓실험을 통해 핵 능력 고도화 완성을 선언하고, 트럼프 정부와 핵 협상을 벌이겠다는 의도다. 간접적으로 트럼프 정부에 밀리지 않고, 시진핑 지도부에도 단호한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올해 신년사에서는 당의 역할을 유달리 강조해 당 중심으로 체제를 이끌고 간다는 기조가 또다시 확인됐다. 김정은의 입장에서 인민생활 개선 등 경제 성과 내놔야 하는 절박감이 간접적으로 표현된 것으로 봐야 한다. 현재 남한의 내부 정세가 불안한 상황을 틈타 북한이 남북관계 주도하겠다는 의지도 이번 신년사에 표출됐다.

특히 남남갈등을 유도하겠다는 의지가 강하게 드러난다. 남한 정세가 불안한 가운데 트럼프 정부 출범을 앞둔 이 시점에 한미동맹 균열도 노리겠다는 노림수가 엿보인다. 이것은 북핵, 사드 등의 문제에서 시진핑 지도부와 강한 연대를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 장철운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연구교수 = 2016년에 대한 전반적 평가에 있어 7차 당 대회 개최와 국방부문, 우주개발의 성과만을 특별히 언급한 것은 이외 부문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특히 김정은이 이례적으로 자책하는 발언을 한 것은 인민들에게 가까이 다가가 리더십을 더욱 공고히 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정치·사상 부문에서 김정은 시대 들어 지속해서 강조했던 '인민대중 제일주의', 일심단결과 함께 '주체의 인민관'을 새롭게 제시한 점이 눈에 띈다. 군사 부문에서 2017년을 다시 '훈련의 해', '싸움준비 완성의 해'로 규정한 것은 각종 단위의 훈련을 전쟁수행에 실질적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으로, 지금까지처럼 군사훈련과 관련된 김정은의 공개활동을 내년에도 활발하게 지속하겠다는 의미로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