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션

은행의 가계 신용위험 전망, 2003년 카드사태 이후 최악

한은, 금융기관 대출행태 조사…올해도 대출 문턱 높을 듯

올해도 가계와 기업이 은행에서 돈을 빌리기 까다로울 것으로 보인다.

또 은행들은 부채 문제 등으로 가계의 신용위험이 커져 신용카드 사태가 발생했던 2003년 3분기 이후 13년여 만에 최고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은행이 4일 발표한 '금융기관 대출행태 서베이 결과'에 따르면 국내 은행들이 전망한 올해 1분기(1∼3월) 대출태도지수는 -19로 집계됐다.

이 지수는 대출 태도의 동향 및 전망을 나타낸 통계로 -100부터 100 사이에 분포한다.

전망치가 마이너스(-)이면 금리나 만기연장 조건 등의 대출심사를 강화하겠다고 응답한 금융회사가 대출심사를 완화하겠다고 밝힌 업체보다 많다는 뜻이다.

이번 조사는 작년 11월 28일부터 12월 9일까지 국내은행 15개, 상호저축은행 16개, 신용카드사 8개, 생명보험회사 10개, 상호금융조합 150개 등 199개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은행의 대출태도지수는 2015년 4분기부터 마이너스를 이어가고 있다.

조항서 한은 은행분석팀 과장은 "국내 은행의 대출이 가계 주택자금을 중심으로 깐깐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은행의 차주별 대출태도지수 전망치를 보면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각각 -13으로 나타났다.

대내외 경제 여건의 불확실성, 기업의 영업실적 악화 우려 등을 감안해 기업에 대한 대출 태도를 강화할 것으로 분석됐다.

가계를 대상으로 한 주택담보대출태도지수 전망치는 -30으로, 신용대출 등 일반대출지수 전망치는 -10으로 나타났다.

주택담보대출태도지수 전망치는 2007년 1분기(-41) 이후 최저 수준이다.

조 과장은 "은행들이 가계의 소득개선 제약, 금리 상승에 따른 채무상환 부담 증가 등의 이유로 대출 태도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대책이 대출에 일정 부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비은행금융기관도 대출에 대해 보수적인 태도를 유지할 것으로 관측된다.

올해 1분기 상호저축은행의 대출태도지수 전망치는 -12이고 상호금융조합은 -33, 생명보험회사는 -21이다.

반면 신용카드회사의 전망치는 6으로 대출 태도를 완화하겠다는 응답이 많았다.

이처럼 금융기관의 대출 태도가 대체로 강화될 것으로 파악됐지만 대출 증가세가 꺾일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작년에도 전망치가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갔음에도 실제로는 가계 대출이 큰 폭으로 늘었다.

금융기관들은 올해 1분기 대기업, 중소기업, 가계의 대출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금융기관들은 가계, 기업 등 차주의 신용위험이 크게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1분기 은행들의 차주 신용위험지수 전망치는 40으로 작년 4분기(22)보다 크게 올랐다.

전망치 40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었던 2008년 4분기(44)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특히 은행들은 가계의 신용위험지수가 13에서 37로 치솟을 것으로 전망했다.

가계의 신용위험 전망치가 현실화할 경우 신용카드 사태가 있었던 2003년 3분기(44) 이후 13년여 만에 최고를 기록하게 된다.

대기업(30)과 중소기업(43)의 전망치도 작년 4분기보다 각각 7포인트, 16포인트 오를 것으로 조사됐다.

은행들은 부채 증가에 따른 취약계층의 재무건전성 악화, 소득개선 제약, 대출금리 상승에 따른 채무상환능력 약화 등으로 가계의 신용위험이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