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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계 신년회 안가는 민주…"정경유착이 화두인데…"

대한상의 신년회에 秋·禹 모두 불참…"촛불민심 고려" 분석도
'개헌 보고서' 계파 충돌도 영향…지도부, 내부단속 총력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4일 경제계 신년인사회에 불참한다.

이를 두고 '최순실 게이트' 이후 야권의 핵심 지지층으로 떠오른 촛불민심이 재벌개혁과 정경유착 해소를 요구하는 상황을 의식한 행보라는 시각이 나온다.

이날 오후 대한상공회의소가 서울 코엑스에서 주최하는 '경제계 신년인사회'에는 민주당을 제외한 여야 지도부가 대거 참석한다.

새누리당에서는 정우택 원내대표가 참석하며, 국민의당에서는 김동철 비대위원장과 주승용 원내대표가 모두 행사장을 찾는다.

개혁보수신당(가칭)에서도 이종구 정책위의장이 가기로 했으며, 심지어 재벌체제를 가장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는 정의당에서도 심상정 상임대표와 노회찬 원내대표가 나란히 참석하기로 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지난해 9월 열린 대한상의가 주최한 '20대 국회의원 환영 리셉션'에는 다른 정당과 마찬가지로 참석했지만, 이번에는 유일하게 불참을 결정했다.

이에 대해 지도부는 "일부러 피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특별히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행사도 아니고 대한상의 행사인데 참석 여부에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추 대표 측 관계자 역시 "다른 일정과 겹쳐서 불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야권 안팎에서는 민주당 지도부가 정경유착 해소와 재벌개혁 등을 내걸고 있는 만큼 경제계 인사들이 총집결하는 자리를 일부러 마다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재계 인사들과의 만남을 촛불민심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도 부담스러울 수 있기 때문이다.

당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지난해 대한상의 행사에 간 것에 대해서도 당내 반응이 그다지 좋지 않았다"면서 "정경유착이 화두인 상황에서 '긁어 부스럼'을 만들 필요는 없지 않나"라고 말했다.

여기에 최근 민주정책연구원이 작성한 '개헌 대응 보고서'가 당내에서 논란을 일으킨 것 역시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잠잠했던 계파갈등이 다시 불거질 조짐을 보이면서 지도부가 대외 활동보다는 내부 단속에 힘을 쏟게 됐다는 것이다.

비문(비문재인) 인사로 분류되는 박용진 의원은 이날 YTN라디오에 나와 "이번 보고서는 문재인 전 대표를 당의 대권후보로 전제하는 인식 아래 만들어진 것"이라며 "사당(私黨)이라거나 패권주의 정당이라는 비판을 받기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노웅래 의원도 불교방송 라디오에서 "보고서 사태에 확실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 당내에 패권논리가 남아있다면 개선해야 한다"면서 "이를 계기로 당 지도부도 공정한 경선관리를 해야 한다. 모바일 투표는 논란이 많으니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추 대표와 우 원내대표는 오전 비공개 최고위에서 보고서의 작성 경위에 대해 보고를 받고 대응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당내 일각에서는 경제계 행사에 불참하는 것은 조기 대선을 앞두고 중도층 표심을 공략하는 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자칫 '반기업' 이미지로 비쳐질 경우에는 수권정당으로서의 안정감을 국민에게 각인시키기 어려워진다는 지적이다.

당 관계자는 "지도부 설명대로 행사 불참에 큰 의미를 부여할 것은 아니지만, 경제 활성화를 위한 기업들과의 소통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을 보일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