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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김정은, 생일맞이 도발카드 꺼낼까…전문가 진단

"트럼프 정책 지켜보며 자제할 듯" 전망 다수…"속단 어렵다" 의견도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1일 신년사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준비사업이 마감 단계"라고 밝히면서 이르면 8일 자신의 생일을 계기로 도발할 가능성이 제기되지만, 전문가들은 대체로 그럴 가능성은 낮다는 견해를 내놓았다.

북한이 미국 대선 직전인 10월 말부터 도발을 자제해 온 점을 감안하면 일단은 보름 뒤 출범하는 미 트럼프 행정부가 어떻게 나올지 사태 추이를 지켜볼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김정은 위원장이 올해 첫 공개 행보로 5일 평양 가방공장을 방문하며 '민생행보'에 방점을 찍고 나선 점도 이런 관측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하지만 북한이 지난해에도 유화적인 내용의 신년사를 내놓고는 1월 6일 기습적으로 제4차 핵실험을 감행한 데서 보듯 언제든 기습적으로 도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없지 않다.'

◇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 = 북한이 미국 오바마 행정부 출범 초기인 2009년 4월과 5월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을 감행해 이후 8년 동안 북미대화가 중단됐던 기억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그로 인해 이명박 정부에도 대북 강경정책을 추진할 빌미를 제공했다고 볼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한반도 정책이 나오기도 전에 먼저 도발카드를 꺼내 들면 앞으로 '트럼프 4년'은 물 건너가는 것이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연례적이라는 감투를 쓴 전쟁연습소동을 걷어치워야 한다고 언급했던 점으로 미뤄볼 때 2월 말 또는 3월 초로 예정된 한미연합군사훈련 '키리졸브' 개시 시점까지는 무력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

◇ 김근식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트럼프 행정부에서 대북정책을 추진할 고위급 인사들의 라인업이 완성되고, 이들로부터 구체적인 정책이 나올 때까지 북한이 관망세를 유지할 것이다.

북한의 이 같은 입장은 대미정책을 주도하는 최선희 북한 외무성 미국국장의 지난해 제네바 접촉 발언에서도 충분히 확인됐다. 최 국장이 당시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 윤곽이 드러나기 전에는 북미 관계 개선 혹은 협상 가능성의 문을 닫는 어떠한 행동도 취하지 않겠다고 언급한 점을 주목해야 한다.

북한은 당분간 도발보다 탐색 쪽에 무게를 두면서 뉴욕채널 등을 통해 미국과 물밑접촉을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 일단 공을 트럼프 측에 넘기고 사태 추이를 관망하면서 대미정책을 조율할 것으로 예상한다.'

◇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 = 북한이 지난해 1월 핵실험을 감행하리라고는 아무도 예측하지 못 했었다. 트럼프 미국 행정부 출범 등을 생각하면 오는 8일을 전후해 북한이 도발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북한은 항상 우리의 예상을 벗어나는 패턴을 보여왔지 않은가. 쉽게 속단하기 어렵다.'

◇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 북한 당국이 발행한 각종 신년 달력을 훑어보면, 북한이 김정은 생일에 비중을 두지 않는다는 점을 엿볼 수 있다. 아울러 최근 북·중 접경지역을 방문하고 돌아온 전문가들도 이렇다 할 도발 징후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한다.

김정은이 올해 신년사에서 북한 주민을 어떻게 하면 더 높이 떠받들 수 있는가 근심한다고 몸을 잔뜩 낮췄는데 갑자기 군사적 긴장을 조성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하지만 아무도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지난해 1월 핵실험을 감행해 허를 찔렸던 점을 참작해야 할 것이다. 북한은 예측 불가능하기 때문에 긴장을 늦출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