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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野방중·中환대에 부글부글…"적전분열 안돼"

"中 사드 여론전·국론분열 의도…"안보사안에 정부·국회 따로 없어"

야당 의원들의 중국 방문에 외교부가 속앓이를 하고 있다.

중국이 우리 정부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에 대응해 사실상 보복조치를 잇따라 내놓고 있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방중은 그 자체로서 중국 측의 전술에 말려드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특히 중국측은 한국 외교당국과의 소통은 의식적으로 피하는 모습을 보이면서도 한국 의원단을 받아들이고, 왕이(王毅) 외교부장 등 고위급 관계자들이 적극 환대하는 모습을 보였다.

정부는 한국의 탄핵정국을 적극 활용해 사드 반대 여론을 부추기고, 이를 통해 결국 사드 배치 철회를 끌어내기 위한 중국 측의 계산된 전술로 보고 있다.

정부 일각에서는 중국 측의 통일전선전술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최근 부국장급인 천하이(陳海) 중국 외교부 아주국 부국장이 일방적으로 방한해 정·재계를 휘젓고 다니면서 사실상 사드 여론 분열전을 펼친 것에 대해서도 따가운 눈총을 보내고 있다.

특히 천 부국장은 우리측 기업관계자들을 만나 사드 배치시 단교에 버금가는 조치를 각오해야 할 것이라는 협박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는 중국의 이 같은 행태와 의원단의 방중에 대해 공식적으로는 신중한 반응이다.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2일 정례브리핑에서 민주당 의원들의 방중에 대해 "사드 배치는 고도화되는 북한 핵·미사일 위협으로부터 국가의 안위와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주권적이고 자위적인 방어조치"라며 "이러한 점에서 정부와 여야 간 구분 없이 공통의 인식과 책임감을 갖고 당당하게 대처해야 하는 엄중한 국가안보 사안이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점잖으면서도 뼈있는 메시지를 담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적전분열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부글부글 끓는 모습이다.

5일 열린 외교부 내부 회의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당국자는 "안보사안에 대해 내부적으로는 디베이트(토론)가 있을 수는 있지만, 상대 앞에서 '투 보이스'(두 개의 목소리)를 보이는 것은 적전분열"이라고 말했다.

다른 당국자는 "중국 측이 우리 정부와는 소통을 제한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의원단을 받아들이고 환대하는 모습을 보인 것은 사드에 대한 여론전 또는 한국의 국론분열 의도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당국자는 "국가안보 사안에 대해서는 행정부와 의회,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이는 미국은 물론 일본, 심지어 중국도 마찬가지"라며 야당 의원들의 방중을 우회적으로 꼬집었다.

왕이 부장이 민주당 의원들과의 면담에서 사드 배치 가속화를 중단할 것을 주장한 것에 대해서도 정부 당국자는 "결국 사드 배치 철회나 연기를 염두에 둔 것"이라면서 "우리 입장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으로, 수용할 수 없는 얘기"라고 반박했다.

다른 당국자는 "올해 수교 25주년인 한중관계가 다음 단계로 발전해 나가는 데 있어서 우리가 안보나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하는 조치에 대해 당당하게 하지 않으면 더 건강하고 건전한 관계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