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재앙 언제 끝나나…"피해규모 1조원“

연합뉴스

  • 기사입력 2017.01.05 17:50:28

경남 고성군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을 막기 위해 5일 대가저수지에서 방역을 실시하고 있다. 2017.1.5 [경남고성군 제공=연합뉴스]

조류에 치명적인 H5N6형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한 지 50일이 지났다.

발생 초기 무서운 속도로 번지던 AI의 의심 신고가 최근 들어 눈에 띄게 줄어들자 AI가 소강 국면에 접어든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AI에 감염된 고양이가 나오는 상황이어서 안심하기 이르는 의견이 많다.

AI로 인한 피해도 적지 않다.

50일 만에 살처분된 가금류가 이미 3천만 마리를 넘어서면서 농가들의 피해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산란계(알 낳는 닭) 농가가 직격탄을 맞으면서 계란 가격이 폭등하고 있어 산란계 생산 기반 자체가 무너질 것이란 우려도 크다.

◇ 예년보다 빨리 찾아온 '불청객'…손실 1조 원 육박할 듯

올겨울 들어 농가에서 H5N6형 고병원성 AI 최초 의심 신고가 들어온 것은 지난해 11월 16일이다.

2003년 국내에서 AI가 처음 발생한 이후 철새들이 중국 등에서 한반도로 남하하는 겨울철에 2년에 한 번꼴로 AI가 터졌지만, 이번엔 AI 바이러스가 일찍 유입됐다.

또 올겨울 우리나라에서 처음 발견된 H5N6형의 경우 과거 유행한 그 어떤 AI 바이러스보다 전염성이 강하고, 확산 속도가 빠른 것이 특징이다.

발생 50일 만에 전국 10개 시·도의 37개 시·군으로 확산했고, 4일 현재 국내 전체 사육 가금류(1억6천525만 마리)의 18.3%인 3천33만 마리가 살처분됐다. 매일 60만 마리씩 살처분된 것으로, 역대 최단 기간 내 최악의 피해를 기록했다.

전례 없는 '축산재앙'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도 작지 않다.

정부가 추산한 살처분 보상금 소요액만 현재까지 2천300억을 웃돈다.

여기에 농가 생계안정 자금 등 직접적인 비용을 비롯해 육류·육가공업, 음식업 등 연관 산업에 미치는 간접적인 기회손실 비용까지 모두 합치면 피해 규모가 1조 원에 육박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AI 도살처분 마릿수가 전체 사육 마릿수의 20%를 차지할 경우 초래되는 직·간접적인 손실이 9천846억 원에 달할 것이란 전망을 최근에 내놨다.

이미 살처분된 가금류가 18%를 넘어 20% 가까이 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같은 전망치가 현실화될 것이란 우려가 크다.

◇ 산란계 기반 '흔들'…'金란' 된 계란

유례없는 최악의 AI 사태에 직격탄을 맞은 것은 다름 아닌 산란계(알 낳는 닭) 농가들이다.

산란계의 경우 전체 사육규모 대비 32.1%에 해당하는 2천245만 마리가 살처분됐고, 여기에 번식용 닭인 산란 종계의 경우 전체 사육규모의 절반 가까이에 해당하는 41만 마리가 살처분됐다.

특히 전국 3대 산란계 밀집단지인 경기 포천과 전북 김제, 경남 양산 등이 AI에 모두 뚫렸다.

살처분 여파로 하루 4천300만 개 정도였던 계란 생산량은 AI 발생 이전보다 30% 가량 줄어든 하루 3천만 개 정도다.

공급량 감소는 가격 폭등으로 이어졌다.

농식품부가 집계한 지난 2일 기준 계란 한 판(30알)의 산지 가격은 6천180원으로 전월보다 98.8% 폭등했다.

소비자 가격은 한판에 8천250원으로 전월보다 51.3% 급등했다. 일부 소매점은 계란 한판에 1만 원 이상의 가격을 받고 있다.

계란 확보에 차질을 빚으면서 일부 대형 제빵업체는 주요 제품 생산까지 중단했다.

계란 품귀 현상이 계속되자 정부는 계란 수입 카드까지 꺼냈다.

신선 계란과 계란 가공품에 대해 한시적으로 관세율을 0%로 낮추는 할당 관세를 적용키로 했다. 신선란에 대해서는 항공운송비도 지원할 예정이다.

신선란의 경우 1999년 태국에서 소량(220여t) 수입된 적이 있긴 하지만, 이번처럼 대량 수입이 추진되는 것은 처음이다.

정부는 산란계 농가에 병아리를 조기에 공급하기 위해 번식용 닭인 '산란종계' 뿐만 아니라 식용 계란을 낳는 닭으로 자라는 '산란 실용계' 병아리를 항공기로 공수해오는 방안까지 추진하고 있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계란 가격이 정상화되고 수급 불안이 해소되려면 반년 이상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천일 농식품부 축산정책국장은 최근 브리핑에서 "AI가 발생한 농장은 산란계가 있다고 해도 청소 문제 등으로 곧바로 새 병아리를 농장에 들일 수 없고 앞으로 AI가 얼마나 더 발생하는지도 중요하기 때문에 생산기반을 완전히 되찾는 데는 6개월 정도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 의심신고 줄었지만…AI 고양이 첫 발생·철새도 변수

지난달 27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AI 발생 추세를 일주일 내에 진정시키는 것을 목표로 총력 대응을 당부한 이후 군경이 동원되고 발 빠른 살처분 조치가 이뤄지면서 AI는 다소 진정 국면에 접어든 모습이다.

실제로 지난달 27일 이후 일주일 넘도록 농장주가 접수한 의심 신고와 당국이 검사 과정에서 자체적으로 발견한 의심 농장 건수를 모두 합하더라도 전국적으로 하루 3건을 넘지 않고 있다.

한창 AI가 확산할 때 신규 의심 신고가 하루 14건까지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이다.

전례 없이 빠른 이번 H5N6형 AI의 확산 속도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던 방역 당국도 확산 기세가 한풀 꺾이자 일단 반색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아직 안심하기에는 이르다는 것이 당국의 판단이다. 여전히 예측불허의 변수가 곳곳에 있기 때문이다.

최근 경기도 포천에서 AI에 감염된 고양이가 발견됐다.

이미 중국에서 H5N6형에 17명이 감염되고 이 중 10명이 사망한 사례가 보고된 상황에서, 국내에서도 조류→포유류로의 감염 사실이 확인돼 인체 감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당국은 대국민 예방수칙을 발표하는 한편, 오는 13일까지 전국 주요 AI 발생지역 11개 시·군, 서울 등 7개 광역시에서 고양이 10마리씩 포획해 AI 감염 여부를 검사하기로 했다.

우리나라 남쪽에 대거 상륙한 철새로 인해 AI가 재확산할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도 그동안 발생 추이를 보면 야생조류 확진 사례가 나온 지역은 얼마 뒤 곧바로 인근 농가에서도 AI 의심 신고가 접수되는 양상을 보였다.

지난 4일 농가의 AI 피해가 거의 없었던 부산과 경남 지역을 중심으로 야생철새에서 AI 확진 판정이 3건이나 나온 것에 당국이 촉각을 곤두세운 것도 이 때문이다.

방역 당국은 영남권에 AI가 확산할 경우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으로 보고, 농가 피해가 상대적으로 적었던 경남 지역과 현재까지 농가에서 AI가 전혀 발생하지 않은 경북에 대한 차단 방역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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