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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소리 인간문화재 성창순 별세…국악세계화 앞장

9일 국악인장 치러져

국가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심청가' 보유자인 성창순 명창이 지난 5일 오후 10시 30분께 지병으로 별세했다. 향년 84세.

장례 집행위원장을 맡은 정회천 전 국립창극단 단장은 "영결식이 국악인장으로 치러질 예정"이라며 "지난해 12월까지도 무대에 오르며 마지막까지 소리를 놓지 않으셨다"고 6일 전했다.

1934년 1월 전라남도 광주에서 태어난 고인은 명창 공기남 아래에서 단가와 심청가를 배우며 소리를 시작했다.

판소리 명창이자 명고(名鼓)였던 성원목 선생이 그의 부친이기도 하다.

김연수창극단 입단해 전문 소리꾼의 삶을 시작했다. 이후 정응민, 박녹주, 김소희 등 당대의 소리꾼들을 사사하며 자신만의 소리를 만들어 나갔다.

성 명창은 소리가 길고 여성적인 애절함이 특징인 서편제류 예인으로 시작했으나 시원한 음색과 박력있는 창법으로 그만의 '보성소리'를 만들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1968년 한국국악협회 주최로 열린 전국명창경연대회에서 1등상을 받으며 이름을 떨치기 시작했다.

1978년 제4회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에 출전해 판소리 명창부 장원으로 대통령상, 1982년 KBS 제1회 국악대상 판소리상, 1994년 문화훈장 동백장 등을 받았다.

1991년에는 중요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심청가' 보유자로 지정됐다.

그는 길게는 7시간 이상 걸리는 판소리 완창 무대에 자주 오른 것으로도 유명하다.

1977년 '심청가'를 완창한 이래 '춘향가', '홍보가' 등도 수차례 완창해내며 왕성한 활동을 펼쳤다.

그가 1984년 첫 무대에 오른 국립극장의 완창 판소리 공연은 지금까지도 매진이 잇따르는 인기 공연으로 자리 잡았다.

국악인으로서는 처음으로 미국 뉴욕 카네기홀 무대에 오르며 우리 소리의 세계화에서도 앞장섰다.

1994년 호주 그리프스대학에서 학생들을 상대로 판소리와 민요 강좌를 열기도 했다.

1995년에는 자신의 소리 인생을 담은 자서전 '넌 소리 도둑년이여'를 출간했다.

소리스승에게 '넌 가망이 없으니 시집이나 가라'는 이야기를 듣고 오기로 소리에 매달린 이야기 등이 담겼다.

최근에는 전남 보성에 판소리 예술관을 짓고 판소리 전수와 후학 양성에 매진했다.

그의 제자인 조영규씨는 "작년 11월께 폐암을 진단받고서도 무대에 올랐을 만큼 열정이 대단했다"며 "세속에 물들지 않은 진정한 소리꾼의 모습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말했다.

빈소는 서울 신촌세브란스 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오는 9일이다.

9일 오후 2시 장지인 보성 판소리성지공원에서 영결식과 추모공연이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