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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동 걸린 대선레이스…野 잠룡들의 '호남 쟁탈전'

文, 이개호 합류로 '대세론' 굳히기…안철수, 지지 회복 고심
李, 사실상 광주서 출마선언…박원순·안희정 '호남 세몰이'
독자세력화 孫 '호남조직' 풀가동…김부겸 호남서 "동서화합"

조기대선을 향한 레이스에 시동이 걸린 상황에서 야권 잠룡들이 부딪힐 첫 격전지는 '정치적 심장부'인 호남이 될 것으로 보인다.

2002년 당시에도 호남 민심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선택하며 승부가 갈렸듯이 야권 주자들의 입장에서는 지지층의 표심을 정확히 보여주는 호남에서 기선을 제압해야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호남이 지난 총선에서 국민의당을 선택해 3당 체제의 탄생이 가능했던 것처럼,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귀국과 맞물려 제3지대론이 탄력을 받는 지금의 상황을 호남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대권판도가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

주자들도 8일 이를 의식한 듯 앞다퉈 호남을 찾아가거나 호남 인재를 영입하는 등 민심 쟁탈전에 열을 올렸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측에는 최근 재선의 이개호 의원이 합류했다. 이 의원은 광주·전남지역에서 유일한 민주당 현역 의원이다.

'박지원 맨'으로 불렸던 김영록 전 의원에 이어 손학규계로 분류됐던 이 의원까지 합류하면서 문 전 대표 측 '호남 라인업'이 한층 두터워졌다.

문 전 대표 측은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호남지역 지지율 1위로 자리매김한 만큼 영입인사들을 바탕으로 세몰이를 하면서 '대세론'을 굳히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부인인 김정숙 여사가 매주 호남을 찾는 것은 물론, 문 전 대표도 1일 광주에서 무등산 등반을 한 것을 시작으로 수시로 호남을 찾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호남의 지지를 바탕으로 '3당 실험'에 성공했던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는 막상 조기대선을 앞두고 호남의 지지율이 하락하면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미국에서 열린 소비자가전전시회(CES) 참석차 지난 5일 출국한 안 전 대표는 이날 귀국하는대로 호남 중진들과 민심 추이를 짚어보는 등 지지율 반등을 위한 구상에 돌입할 전망이다. 다만 설 연휴 전 호남을 찾을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안 전 대표측 관계자는 "당내 중진들이 '호남의 이름을 자랑스러워하고, 호남을 중심으로 전국정당의 가능성을 보여줘야한다'는 조언에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광주에서 사실상의 출마선언을 하며 승부수를 띄운다.

이 시장은 15일 오후 2시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온라인 지지자들 모임인 '손가락 혁명군' 발대식을 갖는다.

이 시장 측은 '상견례'일 뿐이라며 몸을 낮췄지만, 정치권에서는 민주화의 성지인 광주에서 세몰이를 하면서 야권 지지층들의 설 민심을 끌어안으려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호남 민심 잡기에 시동을 걸었다. 전날 군산으로 향한 박 시장은 이날 새벽부터 전북지역에서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먼저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를 방문해 구조조정으로 어려움을 겪는 조선업 상황을 살펴볼 예정이다. 이어 전주로 이동해 지지자들을 만나고, 현지에서 언론 인터뷰도 한다.

박 시장은 다음 주에도 호남 지역을 찾아 순회할 예정이다. 최근 지지율이 주춤하는 모습이지만 텃밭 민심을 끌어안으면서 반전을 노리겠다는 구상이다.

22일 대선출마를 예고한 안희정 충남지사 역시 호남 행보에 박차를 가한다.

안 지사는 이날 광주를 찾아 광주· 전남 언론포럼 초청토론회에 참석하며 호남의 안 지사 지지자들이 주축이 되는 '더좋은민주주의 광주 전남포럼' 출범식에서도 특강을 한다.

지난해 말 광주를 찾아 "분열과 고립의 정치로부터 광주정신, 호남정신을 지켜내겠다"고 밝힌 안 지사는 이날 지역 맞춤형 공약을 발표하면서 두번째 '광주선언'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안 지사 측은 "호남서 집안싸움을 하는 것처럼 비쳐지는 것은 경계하고 있다"며 "출마를 결심한 만큼 호남에 안 지사를 소개하기 위해 가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부겸 의원도 설 연휴를 앞두고도 호남을 방문해 자신의 지지조직인 '새희망포럼' 모임에 참석한다.

그는 지난달 22일에는 광주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개헌 화두를 던졌고, 엿새만인 26일 또 광주를 찾아 한중문화교류회 초청 강연을 통해 야(野) 3당 공동으로 헌법개정안을 내자고 촉구했다.

특히 지난 총선 야권의 불모지인 대구에서 당선되며 동서화합의 선두주자로 나섰다는 점을 강조, 호남에서도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달라고 호소할 전망이다.

개헌을 매개로 한 제3지대 정치세력화에 몰두하고 있는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에게도 호남은 가장 중요한 기반이다. 조기 대선 국면에서 본인이 구상한 '국민주권 개혁회의'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서는 호남의 지지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손 전 대표의 한 측근은 "호남에서 개헌 요구가 다른 지역보다 높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며 "호남 조직을 모두 가동 중"이라고 전했다.

손 전 대표는 국민주권 개혁회의의 보고대회를 전국에서 가장 이른 지난달 22일 광주에서 개최하기도 했다. 오는 22일에는 서울에서 국민주권 개혁회의 발대식을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