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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日 압박에 北ICBM까지…'3각 파도' 맞이한 한국외교

中·日 보복조치에 北 위협 더해진 '외교+안보 복합위기'
사령탑 공백 '핸디캡' 안은 채 20일 출범 트럼프 행정부 상대해야

사령탑 없는 한국 외교가 '3각 파도'에 직면했다.

주한미군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부산 일본 총영사관 앞 소녀상 설치 등을 둘러싼 중국과 일본의 보복 조치에 더해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 위협이라는 중대 안보 변수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일본은 9일 모리모토 야스히로(森本康敬) 부산총영사와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주한 대사를 일시귀국시키는 등 부산 소녀상과 관련해 예고한 조치를 이행하기 시작했다.

앞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8일 NHK에 출연 한일 합의에 따라 10억 엔의 돈을 냈다고 강조하며 "한국 측이 제대로 성의를 보여야 한다"고 요구했다. 서울과 부산 일본 공관 앞에 설치된 소녀상을 철거하라는 공개적인 압박을 가한 것이다.

한일 위안부 합의에는 "한국 정부는 일본 정부가 주한일본대사관 앞의 소녀상에 대해 공관의 안녕·위엄의 유지라는 관점에서 우려하고 있는 점을 인지하고, 한국 정부로서도 가능한 대응방향에 대해 관련단체와의 협의 등을 통해 적절히 해결되도록 노력한다"는 내용이 들어가 있다.

합의가 '소녀상 이전'이 아닌 '해결을 위한 노력'을 담고 있지만 일본 정부는 사실상 소녀상 이전을 압박하는 양상이다.

여기에 더해 북한은 김정은의 신년사를 통해 뽑아든 ICBM 카드를 본격적으로 휘두르기 시작했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이 8일 조선중앙통신사 기자와 문답에서 "대륙간 탄도 로켓은 우리의 최고수뇌부가 결심하는 임의의 시각, 임의의 장소에서 발사되게 될 것"이라고 예고한 가운데, 외교가는 3월초 한미 합동 군사훈련(키리졸브)이 시작하기 전인 2월 중에 'D-데이'가 있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 탄핵 사태에 따른 한국 외교의 사령탑 부재는 뼈아프다.

외교의 사령탑 역할을 맡은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한국민의 감정을 전혀 의식하지 않는 듯한 일본의 공세에 강력한 대응을 자제하고 있다.

윤 장관은 한일 위안부 합의의 당사자로서 합의의 난파와 한일관계의 상황 악화를 막기 위해 절제된 대응을 하고 있지만, 일본이 손발을 맞춰 줄지는 미지수다.

지난해 10월 아베 총리가 국회에서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사죄 편지를 보낼 생각이 "털끝만큼도 없다"고 밝혔을 때도 정부는 "언급을 자제하겠다"(조준혁 외교부 대변인)며 절제된 대응을 했지만 일본은 그 뒤 12월 방위상의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와 부산 소녀상에 대한 초강경 대응 등 한국의 '자제'를 의식하지 않는 태도를 보인 바 있다.

한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같은 일본의 행태에 최고위급에서 문제를 제기해야 하지만, 정상회담의 계기가 될 한일중 3국 정상회의는 작년 한국의 탄핵 국면에서 연기된 이후 개최 일정이 안갯속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불확실성으로 가득한 미국 트럼프 행정부(20일 출범)를 상대로 중대한 외교적 시험대에 서게 됐다.

일각의 예상대로 북한이 2월 ICBM을 쏘아 올릴 경우 현재 권한대행 체제인 한국 행정부가 아직 대북정책이 굳어지지 않은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해야 할 공산이 크다.

트럼프와의 한미 정상회담이 언제 열릴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2월께 미국을 방문해 한미 외교장관 회담을 개최할 윤병세 장관으로서는 ICBM과 관련한 한미 공조를 원만히 이끌어 내야 하는 중책을 맡게 될 가능성이 생겼다.

또 한국의 권력 공백기를 틈탄 일본의 외교적 공세를 미국을 통해 견제하는 것도 윤 장관의 중요한 임무가 됐다.

특히 아베 총리가 트럼프의 첫 정상회담 티켓을 예약했다는 점에서 윤 장관을 필두로 한 한국 외교의 부담은 더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