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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 위축 주범과 부패근절 양면을 가진 김영란법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등 금지에 관한 법률’의 기준 완화 시도를 두고 내수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이 나오는 가운데 내수 위축의 원인은 정부정책의 실수라는 지적과 함께 부정부패 근절과 공직사회 개혁을 계속해야 한다는 입장이 나오고 있다.

앞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는 지난 5일 경제부처 업무보고에서 김영란법의 합리적 조정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하였고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지난 8일 경북 구미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김영란법에 대한 영세상인의 어려움을 언급하며 농수축산물에 대한 예외를 인정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김영란법 시행 1백일을 맞은 지난 4일 김영란법의 시행이 가져온 결과들을 분석하는 보고서들이 나왔다.

한국행정연구원이 현대리서치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김영란법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 3천562명 중 85.0%는 부조리·부패 해소 등 청탁금지법의 긍정적 효과가 부작용보다 더 크다고 인식했다.

하지만 김영란법으로 인한 관련 업계의 위축 또한 무시할 수 없었다.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이 지난달 20일부터 26일까지 전국 709개 외식업 운영자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84.1%는 지난해 12월에 비해 매출이 감소했다고 답했다.

연말연시와 인사철마다 주고 받은 축하 난을 보내는 관행도 줄어들며 화훼업계는 직격탄을 맞았고 농축산물과 수산물에 대한 고가 상품이 많이 줄어들었다.

한국체인스토어협회가 국내 유통·제조업계 종사자 215명을 대상으로 '2017년 소매경기 전망'에 대해 조사한 결과에서도 김영란법 시행이 업계에 몰고 올 파장에 대해 응답자의 28.3%는 '명절 선물 수요 감소'를 걱정했고, 기업의 홍보·마케팅·영업 업무가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우려(20.8%)를 내놓았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도 “(경영실태조사에서) 고객 감소의 원인이 부정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 때문이라는 답변이 많다"며 "정부와 정치권이 소상공인의 삶의 기반이 통째로 무너지지 않도록 힘써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정부에서는 김영란법과 관련해 법개정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 나오기도 했다.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지난 5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열린 기재부 등 5개 경제부처 대통령 권한대행 업무보고에 토론 발표자로 참석한 한 외부 전문가는 "서민경제 위축을 완화하기 위해 청탁금지법의 개정이 필요하다"고 건의했는데 "화환 등은 사회상규상 축·부의금과 별개로 인식되고 있는 만큼 화훼는 관련 종사자들의 생업을 위해 청탁금지법 개정을 통해 별도의 상한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황 권한대행은 "실태 조사 결과를 토대로 청탁금지법의 도입취지가 훼손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합리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고 최상목 기재부 1차관도 "1월 중에 마련할 종합적인 소비촉진방안과 별도로 업무보고 토론 내용을 근거로 시간을 두고 (청탁금지법 개정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김영란법 기준 완화에 대한 반론도 나오는데 반론을 내놓는 측은 서민경제 위축은 정부 경제정책의 실패에 기인하며 기준 완화가 본격화되면 부정부패 근절과 공직사회 개혁에 대한 국민 대다수의 바람이 저버리는 일이라고 말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치사법팀 관계자는 ”김영란법이 서민경제의 파탄 원인이라는 것은 정부의 경제정책을 실패를 호도하는 꼼수에 지나지 않는다“며 ”김영란법 때문에 업계의 피해가 증가했다는 것은 우리사회의 부정부패가 만연했다는 주장과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서민경제 파탄의 근본 원인이 김영란법 때문이라는 것은 정부의 경제정책 실패에 따른 심각한 가계부채와 양극화 심화를 호도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며 ”지난해 여름 폭염과 가을 태풍 등으로 농수축산물의 가격 급등은 물론, 기름과 공산품까지 물가상승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정부의 대책마련은 요원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내수위축으로 나타나는 소비위축이 김영란법 보다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비선실세 국정농단 사태인 ‘최순실 게이트’에 따른 정치불안과 한중 사드갈등으로 인한 영향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유통업체 한 관계자도 "김영란법 보다는 정국불안에 따른 심리 위축이 소비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강현철 NH투자증권 투자전략 이사는 "이른바 김영란법에 노출된 업종은 사드 한반도 배치 이슈에 노출된 중국 관광객 소비 업종과 교묘하게 겹쳤다"며 "해당 업종 투자자들은 김영란법보다 중국 관련 이슈를 더 민감하게 보고 있어 이 둘을 구분해 분석하기는 매우 까다로운 작업"이라고 말했다.

김영란법 피해 업종 중 하나로 지목되었던 대형마트 관련주는 법 시행 이후 주가가 오히려 올랐는데 대형마트 대표주인 이마트[139480] 주가는 법 시행 하루 전날인 지난해 9월 15만7천원에서 10일 장마감에서 18만3천원으로 오르기도 했다.

김영준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김영란법 적응 속도가 빨라지면서 서서히 소비위축 현상도 해소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경실련 정치사법팀 유애지 간사는 ”사회적 합의를 충분히 거친 ‘김영란법’에 대해 부패척결을 선도하고 반부패의 모범이 되어야 할 대선 주자와 국회의원까지 나서 기준 완화를 주장하는 것은 국민의 지탄을 받기에 충분하다“며 ”정부와 국회는 부정부패 근절과 공직사회 개혁에 대한 국민 대다수의 바람을 또다시 저버려서는 안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