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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오바마의 고별연설

오바마는 보통사람이면서 위대한 미국 대통령이었다. 그는 미국 최초의 흑인대통령으로서 국민들로부터 가장 사랑받는 대통령이었다. 그의 재직 중 가장 어려운 과제였든 고용문제를 해결하여 실업률을 현저하게 낮추었다. 또한 부자 미국의 치부였든 의료보험에서도 혁신적 정책을 실행하여 저 소득자를 중심으로 의료보험적용을 확대함으로써 복지국가의 기틀을 마련하였다.

오바마는 시카고 컨벤션센터에서 마련된 그의 고별연설에서 ‘국민과 함께하는 변화’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변화는 보통사람들이 참여하고 함께 뭉칠 때 일어난다”고 하면서 변화는 ‘대통령’이 아니라 ‘국민 여러분의 능력’에 달려 있다고 말하였다. 과연 민주주의 국가의 진정한 탑리더다운 생각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오바마 대통령의 변화론을 들으면서 지난해부터 지속되어 온 광하문광장의 촛불시위를 떠 올리게 된다. 수많은 국민들이 겨울밤 추위도 아랑곳 하지 않고 허물어지고 망가떨어진 한국의 국정을 규탄하고, 무능하고 부패한 대통령과 그 측근들의 행태를 바로 잡고자 한 마음으로 어두운 밤을 촛불로 밝힌 열정이 새로운 정치변화의 가능성을 보여 준 것이다. 지금은 최고지도자 한 사람의 힘만으로 국가발전과 사회변화를 추구할 수 없다. 국민들의 지혜와 땀이 동시에 투입되지 않으면 복잡한 정책과제를 해결할 수 없고 성장의 동력을 찾아낼 수가 없는 시대이다.

이런 시대적 상황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오바마는 8년간이나 대통령으로 재직하였지만 임기 말 권력의 누수는커녕 임기가 끝나가는 시점까지 미국 국민들로부터 최고의 지지율을 얻게 되었고, 진정한 존경과 뜨거운 사랑을 받는 대통령으로 남게 되었다. 정책이견이 생기면 여당이든 야당이든 의회의원들과 스스럼없이 대화를 통하여 이해와 설득을 하고, 가정생활에서도 워낙 깨끗하고 충실하여 모범 가장의 자리를 굳건하게 지켜 내었다. 그래서 그의 아내 미셀과 영원한 친구이며 파트너로서 행복을 구가하고, 남은여생을 그의 소박한 여망대로 ‘시민과 함께하는 삶’을 자연스럽게 영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우리는 언제 이런 대통령을 한번 경험할 수 있을까? 지금 국회의 탄핵소추를 받아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되어 청와대에 칩거하면서 특검수사와 헌법재판소의 심판을 받고 있는 우리나라의 대통령을 생각하면 오바마대통령의 임기종료는 너무나 부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김영종 동국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