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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선후보들이 명심해야할 역사적 교훈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어제 귀국함으로써 우리나라는 이제 사실상 대선레이스의 본격적 시기에 접어들었다. 지금까지 여론 조사결과에 의하면 지지율이 10%를 넘는 사람 세 명 이외에도 출사표를 던진 정치인은 몇 명이 더 있다. 조기대선이 불가피한 현재의 상황을 고려해 볼 때 원하건 원하지 않건 큰 이변이 없는 한 이들 중에서 한 사람이 차기 우리나라의 대통령이 될 공산이 크다.

이 시점에서 대선후보에 뛰어든 정치인들이 각별히 유념하지 않으면 안 되는 사항이 한 가지 있다. 누가 최종주자가 되고 또 대통령당선의 꿈을 쟁취하던 국민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알고, 미래 한국의 비전은 무엇이 되어야 하는가를 명확히 설정해야 한다. 그러나 그런 국민들의 바람과 국가적 비전을 제대로 실현하기 위하여 반드시 선행되어야 할 과제가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근래 한국정치사가 던지고 있는 비극적인 역사적 교훈을 명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역대 대통령은 대개 임기를 시작하면서 화려한 출발한 것과 대조적으로 쓸쓸하고 비극적 종말을 거두었다. 미국 오바마대통령이 많은 시민들로부터 높은 지지와 뜨거운 박수소리를 들으며 아름다운 퇴장을 하게 될 장면과 너무나 대조적이다. 우리나라의 정치경험과 비교정치론적 시각에서 대통령이 되고자하는 사람들이 가슴깊이 새겨야 할 역사적 교훈을 몇 가지 제시해 보기로 한다.

첫째, 멸사봉공의 정신으로 중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자면 사리사욕에 눈이 어두워서 권력을 남용하고, 정경유착의 그물에서 허둥거리는 짓은 하지 말아야한다. 어떤 대통령은 이런 유혹에 빠져서 퇴임 후 교도소 신세를 지고, 전직 대통령에게 지급되는 많은 연금조차 받지 못하게 되었으며, 박대통령은 지금 뇌물수수혐의로 특검으로부터 혹독한 수사를 받고 있다.

둘째, 독선과 오만에서 벗어나야 한다. 국민들 중에는 대통령이나 후보자들보다 지식과 지혜가 뛰어나고 덕망이 더 높은 사람들이 수없이 많다. 선거를 통하여 후보자가 되거나 대통령이 되었다고 해서 의사결정과 정책판단과정에서 독단적이고 교만한 자세를 취하게 되면 결국 정책의 오류와 국정실패를 낳게 된다. 항상 열린 자세로 소통을 하고, 협치를 통하여 국정을 관리하는 겸손한 태도를 지니지 않으면 안 된다. 박정부에서 난무했던 패권주의, 패거리정치, 진영정치와 같은 나쁜 정치문화가 이 땅에서 사라지도록 해야 한다.

셋째, 인재등용을 잘 해야 한다. 유능하고 도덕적인 인재를 두루두루 찾아서 적재적소에 앉혀야 한다. 중국 사마광이 지어 역대 정치도자들이 탐독한 자치통감에 보면 “정치의 요체는 사람을 잘 쓰는 것”이라고 설파하고 있다. 박대통령 집권기간 동안 총리후보가 얼마나 많은 이들이 낙엽처럼 낙마하였으며, 대통령의 수첩인사가 얼마나 많은 병폐를 낳았는지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적어도 이상의 세 가지 뼈아픈 역사적 교훈을 가슴깊이 새기고, 대통령 취임시기의 장면 보다는 퇴임시기의 장면을 어떻게 멋지게 장식할 수 있는가를 더욱 고민하는 사람만이 내우외환에 직면한 작금의 대한민국 대선주자 행렬에 뛰어들 자격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