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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반기문 거리두기'에 속내 복잡…"아직 연락없다"

청와대는 13일 유력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행보에 대한 언급을 삼가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겠다는 반 전 총장의 발언과 관련해 "아직 연락을 받은 것은 없다"며 "반 전 총장에 대해 특별히 언급할 것은 없다"고만 말했다.

반 전 총장이 이날 자택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박 대통령은) 국가원수시고, 새해 때 제가 인사를 못 드렸는데, 하여튼 전화를 한번 드리는 게 마땅치 않나 생각하고 있다"라고 밝힌 데 대한 반응이다.

조만간 반 전 총장이 전화를 걸어온다면 박 대통령이 전화를 받아 자연스럽게 인사를 나누고 그동안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헌신한 노고를 격려하는 등 덕담을 나눌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통화가 이뤄진 다음에 설명하는 것은 몰라도 그 전에 대통령께서 어떻게 할지 미리 코멘트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을 아꼈다.

박 대통령도 전날 반 전 총장의 입국 소식을 언론과 측근들을 통해 접했으나, 아직 구체적인 언급은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같은 청와대의 신중한 입장은 민감한 정치 현안에 대한 원론적 반응인 동시에 박근혜 정권과 거리두기에 나선 반 전 총장을 향한 복잡한 속내가 묻어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반 전 총장은 지난 2015년 9월 유엔 총회를 계기로 7차례나 박 대통령과 자리를 함께하는 등 국제 다자정상회의 무대에서 자주 만나는 것은 물론 매년 전화를 걸어 신년 인사를 했으나, 올해에는 신년 전화를 생략했다.

대신 반 전 총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인 이희호 여사,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인 권양숙 여사와는 신년 통화를 한 것으로 알려져 국회 탄핵소추안 가결로 직무정지 상태인 박 대통령과 거리를 두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실제로 반 전 총장은 전날 귀국 직후 "광장에서 표출된 국민의 여망을 결코 잊으면 안 될 것"이라며 '위안부 합의'에 대해서도 "궁극적인 완벽한 합의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한을 풀어줄 수 있는 수준이 돼야 한다"고 밝혀 박근혜 정권과의 차별화를 꾀했다.

다만, 반 전 총장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와는 국가원수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예방하겠다는 뜻을 밝힌 만큼 직접 찾아가는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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