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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사드 딜레마와 반기문, 문재인

우리니라에 사드를 배치하겠다는 정책결정은 집행과정에 정딜레마에 빠져 있다. 경북 성주에 사드를 배치한다는 결정의 정책집행 첫 단계는 부지의 확보이다. 이 부지는 롯데그룹의 땅이니 우선 매매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그러나 본격적인 집행단계 들어가려고 하자 우리나라 최대 교역국인 중국 측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일찍이 등장한 한한령에 의한 한국관광제한과 화장품 수입제한을 넘어 중국에 있는 롯데그룹기업에 대하여서는 본격적인 보복이 가해지고 있다. 관련기업에 대하여 일제히 세무조사에 들어가고, 안전검사, 소방검사 등 행정적으로 취할 수 있는 모든 제제수단을 동원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중국의 외무당국은 사드배치불가론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중국에 수많은 기업진출과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최대의 교역상대국인데다 가장 가까이 우리와 인접해 있는 군사대국이란 점에서 중국의 이런 위협을 우리나라가 결코 무시할 수가 없다.

그렇다고 미국과 협의하여 사드를 배치한다는 정책결정을 하고 이를 추진해야 할 상황에 있는 입장에서 정책을 수정하거나 철회하기도 어렵다. 이미 트럼프행정부는 이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마이클 플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는 “사드배치는 한미동맹의 굳건함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지난해 12월에 말함으로써 사드배치를 한미동맹의 상징으로 못박고 있다.

이런 상황을 본다면 사드배치문제는 조기 대선이 예상되는 정치과도기인 우리나라에서 전형적인 정책딜레마에 빠지고 말았다. 사드배치를 계속 밀어붙이기도 어렵고, 결정된 정책을 일방적으로 철회하거나 수정하기도 어렵다. 이 문제에 걸려 있는 중국과 미국은 우리가 영향을 미치기 어려운 세계적인 경제적, 군사적 대국이다.

이 골치 아픈 정책딜레마에 대한 해결은 결국 국민과 정치지도자에 의하여 그 해답이 찾아지지 않으면 안 된다. 국민은 특정 대안에 대한 지지 또는 반대의 의사를 표시할 뿐 적극적 대안은 대통령의 권한이 정지된 상황이라 우선 정치지도자, 지금으로서는 영향력이 큰 유력 대선후보자들로부터 그 답을 찾을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그런데 지지율 1,2위를 달리고 있는 두 사람의 사드해법은 서로 다르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한반도 현실이 준 전시상태이기 때문에 정부가 사드배치를 하는 것은 마땅하다”고 하는데 비하여 문재인 전 대표는 13일 인터뷰에서 “사드배치를 다음정부로 넘기면, 국회비준을 포함한 공론화 과정을 거치고 중국과 러시아를 설득한 기회를 가질 수 있다”고 하여 정책유보론을 들고 나오고 있다. 정책유지론과 정책유보론은 어느 것이든 경제적 안보적 차원에서 부담을 피할 수 없다. 솔로몬의 지혜를 빌려 온다하더라도 명쾌한 정답이 나오기 어려운 것이 오늘날 우리가 처한 현실이다. 그렇다면 차선책은 안보 및 경제전문가들의 깊이 있는 토론과 협의, 그리고 국민들의 폭넓은 의견수렴을 통하여 그 해답을 찾아 나갈 수밖에 없다. 다만 그 해답에 대한 책임은 관련 당사자들이 확실하게 지지 않으면 안 된다.

<김영종 동국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