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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빵집이 달라지고 있다... 입소문에 백화점 잇딴 입점

몇 년전만 해도 대형 프랜차이즈 제과점에 밀려 하나둘 문을 닫았던 동네빵집이 변하고 있다.

전국에서 맛있다고 입소문이 난 동네빵집을 대형 백화점들이 파격적인 조건으로 유치하는 사례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고, 동네에서 벗어나 전국구 스타로 성장해 몸집을 키우는 동네빵집도 하나둘씩 생겨나고 있다.

대전의 동네빵집인 '하레하레'는 지역 최대 백화점인 갤러리아 타임월드 지하 식품관에 입점했다. 이 빵집은 18일 문을 열고 본격적인 손님맞이에 들어간다.

백화점 식품팀이 1년이 넘도록 이 빵집을 드나들며 설득, 명품 브랜드에 버금가는 파격적인 입점 조건을 제시한 끝에 한 식구가 될 수 있었다.

하레하레는 지난해 2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빵 월드컵'(Coupe du Monde de la Boulangerie)에서 한국팀 최초로 우승을 거두며 유명세를 탄 이창민 제빵사가 운영하는 빵집이다.

동네빵집에서 이제는 어엿한 중견기업으로 성장한 대전의 성심당은 2011년 롯데백화점 대전점에 입점하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백화점 입점 후 매년 8%대의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2014년부터 백화점 1층에 케이크 전문점까지 개설, 운영 중이다.

세종시 입주 초기 중앙부처 공무원들이 가장 좋아하는 선물로 성심당 튀김소보루빵을 꼽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1974년부터 영업을 시작한 안동 맘모스제과(안동시 문화광장길)는 세계적 권위를 자랑하는 여행·레스토랑 안내잡지 '미슐랭가이드'에서 최고 평점인 별점 3개를 받았다. 국내 빵집 가운데 처음이다.

크림치즈빵과 파운드케이크 등은 빵이 나오는 시간에 맞춰 줄을 서야 살 수 있을 정도로 유명하다.

2015년 롯데백화점 광주점에 입점한 광주의 '베비에르'는 월 매출이 2억원에 달하는 광주전남지역의 대표적인 향토 빵집이다.

이 백화점에 입점한 유명 일식집 월 매출이 5천만원이 채 안 되는 점을 고려하면 빵집 매출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케 한다.

부산에서는 '옵스'가 대표적이다.

동네 빵집으로 시작한 옵스는 입소문을 타면서 부산 7곳, 수도권 2곳에 점포를 낸 데 이어 2009년 롯데 광복점, 2015년 말 롯데백화점 서울 본점에도 각각 입점하는 등 모두 11개 점포를 운영 중이다. 종업원 수도 300여명에 달한다.

1989년 인천에서 처음 문을 연 '안스베이커리'는 인천, 김포, 서울 등에서 8개 매장을 운영 중인데, 엄선된 재료로 만든 빵을 사려는 고객들로 늘 붐빈다.

전국 동네빵집 부활의 원동력은 음식의 기본인 '맛'이다.

대형 프랜차이즈 제과점이 갖지 못한 다품종 소량 생산을 통해 고객의 입맛에 즉각 대처할 수 있는 점이 동네빵집의 경쟁력이다.

하레하레는 장기간 저온 숙성한 반죽으로 만든 다양한 제품군의 빵을 하루에 10번 이상 구워내 고객의 반응을 살핀다.

인천의 안스베이커리는 유기농 밀가루, 신안 비금도 천일염, 강화도 무항생제 계란 등 엄선된 재료로 빵을 만들기 때문에 부드러운 식감과 깊은 맛을 유지한다.

동네빵집이 대형화하면서 가장 조심해야 할 점 역시 '맛'과 '품질관리'다.

전국에서 가장 유명한 빵집으로 부상한 대전 성심당은 1990년대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다가 품질관리에 실패하며 쓴맛을 봐야 했다.

성심당은 당시의 패배를 의식해 점포 신설에 엄청 소극적이다.

김원모 우송정보대 제과제빵과 교수는 "동네빵집이 성장하면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나고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백화점 입점 등을 통한 대형화는 지금까지 경험해보진 못한 브랜드 관리, 서비스 교육 등의 분야에서 한 단계 발전하는 계기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동네빵집이 대형화하면 바라보는 눈이 많고 기대치도 큰 만큼 원래 맛을 계속 유지하면서 품질을 꼼꼼하게 관리하기 위한 배전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