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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선주자들의 입이 너무 가볍지 않나?

지금까지의 정치적 흐름으로 보아 다가오는 봄에 대선이 치뤄질 공산이 큰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에 발맞추어 최근에는 대선후보가 되려는 정치인들의 행보가 부쩍 빨라지고, 국민들에게 던지는 언명들도 점차 많아지고 있다.

그런데 정책공약이라도 던지는 말이나 선거공약 비슷한 것을 제시하는 것이 증가되면서 국민들의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하거나 의구심을 자아내는 것들이 적지 아니하다. 표현은 그럴싸하지만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 내용도 자주 등장하고 있다.

우선 병역제도에 관한 논의들을 보자. 문재인 전 대표는 현재 21개월인 군 복무기간을 1년으로 단축하자고 하며 이재명시장은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10개월만 근무해도 국방에 별 문제가 없다고 한다. 남경필지사는 과감하게 모병제의 도입을 주장한 바 있다. 현대전은 보병중심의 병력수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하지만 현재 우리병력이 62만 5,000명으로 북한군 128만명의 절반수준인 상황에서 병력수의 급감이 예상되는 이런 정책의 도입이 가능한지는 쉽게 용납이 되지 않는다.

자신의 입지를 밝히는 말 가운데 반기문 전 사무총장은 스스로 ‘진보적 보수주의자’라고 자처하였다. 이런 표현이 전혀 말이 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두 가지의 대립적 용어를 동시에 결합하여 사용함으로써 특정인의 정체성을 모호하게 만들었다. 또한 문재인 전대표는 최근 출판기념회를하면서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대통령의 가장 큰 잘못중 하나는 국민을 편가르기 한 것”이라고 하면서 “편가르기가 없어지면 극단적 대결도 해소될 수 있다”라고 말하고 있다. 말로는 그럴듯하지만 한편 우려되는 바 없지 않다. 편가르기는 노무현대통령의 ‘노사모’행보가 전형적 사례라고 할 수 있는데 문재인 전 대표의 정치적 뿌리는 거기에서 찾을 수도 있다. 최근 반기문 전총장이 봉하마을을 방문하였을 때 보여준 일부 노사모의 배타적 행태는 아직 그런 분위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느낌이다. 그리고 문재인 대표는 적폐의 ‘청산’이나 구제도나 인력의 ‘청산’이라는 용어를 자주 사용한다. 이것 또한 개혁이나 혁신으로 이해되기도 하지만 자칫 잘못하면 그 역기능이 무리한 편가르기로 나타날 우려가 없지 아니하다.

선거의 계절에는 흔히 낮 간지러운 포퓰리즘이 나타나고 원색적이고 파격적인 용어를 사용하여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고자 하는 것이 보통이다.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이나 지방선거에서도 흔히 그런 현상을 볼 수 있다. 그러나 한 국가의 최고 통치권자를 뽑는 대선은 좀 달라야 한다. 우리나라에 만연한 정치불신이나 정치무관심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대선공약의 진실성과 실효성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선현들은 “지위가 높아질수록 입이 무거워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하물며 국가원수인 대통령이 되려고 하는 사람들이라면 한마디 한마디를 정치적 실현가능성과 그 역기능, 윤리기준과 품위 등에 비추어 깊이 생각하고 난 뒤 말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