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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탁금지법 후 출하 줄어든 화훼시장... 중국산에 밀려 가격까지 폭락

연중 대목중 하나인 졸업철을 맞았지만 화훼시장에는 한숨만 가득하다.

영남지역 화훼 집산지인 경남 김해시 영남화훼원예농협 공판장은 이맘 때면 활기로 가득했던 화훼 시장은 가정의 달인 5월과 졸업철에는 특수를 기대했지만 이젠 그마저 옛말이 됐다.

18일 싱싱한 꽃들로 가득해야 할 공판장 경매대 곳곳은 비어 있었다.

화훼 공판장을 운영하는 영남화훼원예농협에 따르면 최근 경매에 오르는 꽃 물량은 3만단(한단 10송이)정도다.

지난해 같은 시기 4만단보다 1만단가량이 줄었다.

이는 국내 화훼시장의 현주소다. 그만큼 꽃농사를 포기한 이들이 늘고 있다는 방증이다.

공판장에 모인 중매인들 표정도 어두웠다.

이들은 가뜩이나 국내 화훼 시장이 위태로운데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고사 직전에 놓였다고 입을 모았다.

중매인 강모(52) 씨는 청탁금지법을 겨냥,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라며 "올해가 최악인 것 같다"고 힘겹게 입을 열었다.

강 씨는 원래 화훼농사를 했는데 도저히 버틸 자신이 없어 농사는 포기하고 지난해부터 중매인으로 전환했다.

그가 속했던 화훼작목반은 50명이었는데 지금은 30명만 남았다.

그는 "거베라, 백합은 아예 꽃집에서 조화로 주로 취급하면서 화훼 생산 품목에서 사라져 간다"고 걱정했다.

꽃 출하량이 줄었는데도 소비 부진은 더욱 심각하다.

이전 졸업철인 이 무렵 공판장 안팎에는 경매를 마친 꽃을 바로 사려는 도매상인들로 붐볐지만 이젠 자취를 감췄다.

상인들은 금방 시드는 생화보다 싸고 오래 보관할 수 있는 조화, 비누꽃 등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김해시 한 꽃집 주인은 "그나마 버티던 꽃집들이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에는 하나 둘 문을 닫고 있다"고 말했다.

영남화훼원예농협 박원철 과장은 "화환 소비는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70% 감소했다"며 "이렇게 가면 국내 화훼 농가는 생산 기반을 잃을 수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소비 부진이 심해진데다 값싼 중국산 꽃 수입마저 늘면서 꽃값은 곤두박질쳤다.

박 과장은 "청탁금지법 시행 후 국화의 경우 가격 때문에 중국산을 수입하거나 재사용하는 경우도 많다"며 "결국 이런 악순환이 거듭되면 우리 화훼 시장은 사라지고 말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