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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부터 생산가능 인구 감소...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따라가나

지난해 국내 출생 아동이 역대 최저인 40만 6000명까지 떨어졌다.

여기에 지난해 결혼 건수 또한 역대 최저 수준이어서 올해 신생아수가 40만명 밑으로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생산가능 인구 감소 의 영향은 백화점 에도 미치고 있다.

국내 유통업계의 '맏형'이라고 할 수 있는 백화점들의 업황이 최근 수년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일찌감치 쇠락의 길로 접어든 일본 백화점 업계와의 유사성을 근거로 한국 경제가 일본의 장기 불황, 이른바 '잃어버린 20년'을 따라가는 신호가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백화점들의 부진이 일본처럼 길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해법으로 '변화'와 '혁신'을 강조했다.

한국의 유통산업은 여러모로 일본과 비슷하다. 시간상으로는 일본이 걸어간 길을 한국이 따라가는 모양새다.

일본에서는 1960년대부터 대형 유통업체가 성장하기 시작했고, 1970년대부터 중소 소매업을 보호하기 위한 규제 정책이 실시됐다.

한국은 1990년대부터 대형 유통업체가 빠르게 몸집을 키웠고, 일본처럼 각종 규제 정책도 도입됐다.

유통산업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점도 비슷하다.

19일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14년 기준 한국 유통산업의 부가가치는 118조1천384억 원 규모로, 전체 산업의 9.2%를 차지했다. 이는 제조업(32.0%)의 뒤를 이어 두 번째로 큰 것이다.

일본 유통산업의 부가가치는 2013년 68조6천866억 엔으로 전체 산업 총부가가치의 13.3%를 차지, 역시 제조업 다음으로 비중이 컸다.

일본 백화점은 장기 불황과 함께 1990년대 중후반부터 내리막길에 들어섰다.

백화점 매출액은 1997년 9조1천924억 엔에서 16년 연속 감소해 2012년 6조1천453억 엔까지 줄었다. 아베노믹스 효과로 2013년에는 잠시 전년 대비 1.2% 증가했지만 이후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전성기가 지나고 편의점과 온라인 쇼핑이 폭발적으로 성장한 일본 유통산업의 변화도 최근 한국이 뒤늦게 경험하고 있다.

김숙경 산업연구원 서비스산업연구실장은 "한국에서 백화점과 대형마트는 최근 들어 성장이 크게 둔화하고 있다"며 "일본에서 백화점은 1990년대 초부터, 종합슈퍼마켓(GMS)은 1990년대 중반부터 시장규모가 지속해서 감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한국에서 나타나는 대형마트와 백화점의 침체는 대형 유통업체에 대한 정부 규제의 영향도 일부 있겠지만 구조적 요인으로 성장의 한계에 도달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시장이 성숙기에 이르러 확장이 어려워진 데다 온라인 쇼핑 등 다른 시장이 성장하면서 국내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침체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인구 구성의 변화로 시장 자체에도 변화가 있겠지만, 불황과의 직접적 연결고리는 찾기 어렵다"며 "저성장 시대에는 잠재 고객을 세분화해서 다각적으로 전략을 펼쳐야 한다"고 조언했다.

예를 들어 현재 기성세대는 과거 기성세대와 달리 학력이 높고 경제활동 기간이 길기 때문에, 그 특성에 맞춘 상품군과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김숙경 실장은 "전형적 백화점 형태로는 과거와 같은 지위를 누리기 어렵지만, 이를 '잃어버린 20년'과 직접 연결하는 것은 조심할 필요가 있다"며 "백화점들은 일본처럼 장기 쇠퇴로 이어지지 않으려면 복합몰 등 다른 방식으로 활로를 찾거나 다른 채널과의 연계를 강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