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션

[칼럼] 이재용 구속영장과 조의연 판사의 고뇌

박영수 특검팀의 이재용구속영장에 대한 법원의 판단을 두고 특검팀관계자와 섬성그룹 종사자는 물론 적지 않은 국민들이 그 결과가 어떻게 될지 촉각을 세우고 있었다.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 때문이다. 하나는 이 문제가 최순실 국정농단사건에 대한 박대통령의 뇌물수수혐의 인정과 직결되어 있기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삼성이 우리나라는 물론 국제사회에서 점하고 있는 경제적 지위가 워낙 지대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수사결과를 보면 관점에 따라서 구속영장을 받아들일 수도 있고, 이를 기각할 수도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법학자는 물론 상당수의 지식인들은 일부는 구속될 것으로 보고 또 일부는 구속영장이 기각될 것으로 예측하였다. 형사소송법상 구속사유는 범죄사실을 의심할 상당한 이유가 있거나 증거인멸 및 도주의 우려가 있을 때다. 구속영장에 대한 심사에서 고심을 하여야 하는 것은 아마도 ‘뇌물수수를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를 지금까지의 수사자료를 놓고 볼 때 어떻게 해석하는가에 달려 있었을 것이다.

특검팀에서는 양재식 특검보를 비롯한 4명의 쟁쟁한 검사가 창을 들었고, 삼성측에서는 문강배변호사를 비롯한 판검사출신의 막강한 변호사들이 방패를 들었다.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장시간, 즉 네 시간의 공격과 방어전이 펼쳐졌다. 특검팀은 삼성측이 건넨 돈이 뇌물임이 분명하다고 하고 변호팀은 대통령의 압박에 의한 요구를 거부하지 못하여 돈을 낸 것이라고 하였다.

구속영장의 수용과 기각을 두고 조판사는 깊은 고뇌에 빠졌을 것이다. 원칙주의자라고 알려져 있는 그의 정체성과 명성에 중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 결정이기 때문이다. 구속영장을 받아들이면 어려운 시대 국민경제의 앞날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그를 속 좁은 사람으로 치부하여 서운하게 생각할 것이고, 구속영장을 기각하면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고 법적 정의를 확립할 계기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무척 아쉽게 생각할 것이기 때문이다. 18시간의 마라톤 검토 끝에 조의연판사는 결국 구속영장을 기각하였다. 범죄사실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고 피의자가 도주 및 증거인멸이 없다는 이유가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리고 각종 지원경위에 관한 구체적 사실과 법률적 평가를 둘러싼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구속영장신청은 검사의 몫이고, 이에 대한 인정여부판단은 판사의 몫이다. 구속수사이든 불구속수사이든 특검의 철저한 수사는 계속되어야 하고, 최종 수사결과에 대한 최종 사법적 판단은 엄중하여야 한다. 그런 과정에 관련검사와 판사들의 개인적 고뇌는 지속되고, 심리적 갈등은 되풀이 될 것이다. 이는 ‘인간의 인간에 대한 판단’자체가 지닌 본질적 속성이기 때문이다.

<김영종 동국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