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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헬조선의 청년실신

요즈음은 많은 대학졸업자들이 수난을 당하는 시대이다. 성장기의 한국에서는 대학문을 나서는 대학생들이 여기 저기 취업을 확정짓고, 다소 능력이 있는 졸업생들은 두 세군데 기업에 취업이 되어 어디를 가야할지 즐거운 고민을 하곤 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대학의 문을 나서도 들어갈 수 있는 직장은 극히 적다. 올해는 경기가 좋지 못한 탓에 대기업의 모집인원도 줄어들고 중소기업과 비정규직 자리마저 뚫고 들어가기가 쉽지 않다. 이런 시대적 상황에서 ‘청년 실신’이라는 신조어가 탄생한 것 같다. 청년실업과 신용불량자를 합친 신조어가 청년 실신이라고 한다.

이런 비극적 용어가 어떻게 탄생하였을까? 산업구조변화와 우리 기업의 해외투자 확대, 해운, 조선업 등에서의 가혹한 구조조정 등은 신규졸업자가 취업할 일자리가 늘어나기는커녕 속절없이 줄기 시작하는 요인이 되었다. 그런 가운데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의 대학 진학률을 자랑하는 우리 대학들은 매년 수십만 명을 노동시장으로 공급하고 있다. 그나마 청년실업대책이라고 내어 놓는 정부의 정책마저 대개 말로만 듣기 좋은 시책에다 미봉책에 불과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이러니 많은 신규학졸자들은 한두 번 직장의 문을 두드려 보다가 포기하고 찬바람 부는 길거리를 방황하거나 폐쇄된 공간 속에서 신음할 수밖에 없다. 수십통의 이력서를 써다가 좌절하여 하늘만 바라보는 청년들도 없지 아니하다.

이들의 고뇌는 이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취업의 기회를 잡지 못한 많은 학졸자는 적지 않은 빚까지 걸머쥐고 있다. 학교 다닐 때 융자받은 학자금이 졸업과 동시에 갚아야 할 채무가 되어 가냘픈 어께를 짓 누리기 시작하는 것이다. 취직을 못하여 수입이 없는 이들은 바로 신용불량자로 낙인이 찍혀버린다. 우리나라에서 25세 10명중 4명은 빚을 진채로 사회에 첫발을 내딛고 있다. 이들 중에는 대학 4년 동안 진 빚이 무려 4,000만원에 이르는 사람들도 있다. 등록금, 생활비, 스펙을 쌓기 위한 해외연수경비 등 나름대로 취업을 위하여 열심히 대학생활을 하다가 지게 된 빚들이다. 아르바이트, 대리운전, 막노동 등 빚을 줄이기 위하여 안간힘을 썼지만 역부족으로 빚이 자꾸 늘어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적지 않은 졸업자들은 겨우 취업이라고 하였지만 계약직, 아르바이트 등 비정규직의 불안정한 일자리와 낮은 보수로 인하여 진 빚을 갑기 어렵게 되고, 제2금융권의 문까지 두드리다가 결국 신용불량자로 전락하고 만다.
이런 청년들에게 한국은 희망이 있고 행복이 보장되는 나라가 아니라 문자 그대로 생지옥일 수밖에 없다. 그야말로 헬조선인 것이다. 누가 우리나라를 이런 사회로 만들었는가? 청년 개인의 무능과 불운만으로 넘기기 어려운 정부의 정책실패, 경제정책, 사회정책, 그리고 교육정책의 실패가 어두운 사회에 짙게 깔려 있다. 다음 정부는 무엇 보다 이 문제부터 제대로 풀어주지 않으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