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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어진 무역 1조 달러…내년까지 4년째 달성 난망

부진했던 수출이 증가세로 돌아섰지만, 무역업계의 숙원인 무역규모 1조 달러 회복은 올해는 물론 내년까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글로벌 경기 부진으로 교역량 자체가 줄어든 데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와 美·中간 무역분쟁이 본격화하면 수출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2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한은은 올해 무역규모를 작년보다 6.0% 증가한 9천550억 달러(통관기준)로 전망했다.

수출은 작년 4.3% 증가한 5천170억 달러, 수입은 8.0% 늘어난 4천380억 달러다.

수출이 전년 대비 5.9%, 수입은 7.1% 감소한 작년 실적보다는 개선되겠지만, 무역 1조 달러는 달성하지 못할 것이란 얘기다.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1조 달러 달성은 쉽지 않아 보인다.

한은은 내년 수출규모를 올해보다 2.5% 증가한 5천300억 달러, 수입은 3.4% 늘어난 4천530억 달러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내년 무역규모도 9천830억 달러로 올해보다 2.9% 늘어나겠지만 역시 1조 달러 달성엔 실패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예상대로라면 우리나라는 2015년부터 내년까지 4년 연속으로 무역규모 1조 달러를 회복하지 못하게 된다.

우리나라의 무역액은 2010년 8천916억 달러에서 2011년 1조796억 달러로 처음 1조 달러를 돌파했다. 세계에서 아홉 번째였다.

이후 2014년까지 4년간 무역규모 1조 달러 이상을 유지했다.

2012년은 1조 675억 달러, 2013년엔 1조752억 달러였고 2014년에는 11월에 1조 달러 선을 넘어섰다. 연간 교역액은 1조982억 달러였다.

하지만 2015년엔 수출 5천268억 달러, 수입 4천365억 달러 등 무역규모가 9천633억 달러로 꺾였고 작년엔 이보다 더 줄어든 9천12억 달러에 그쳤다.

1조 달러 달성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은 한은만이 아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올해 수출 5천100억 달러, 수입 4천350억 달러 등 무역규모가 9천450억 달러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 경제 성장률이 미약하나마 개선되고 반도체·디스플레이·석유화학 등 수출주력품목에 대한 수요가 개선되겠지만 보호무역주의 강화, 중국의 중간재 자급률 제고 등이 리스크 요인이다.

무역협회도 올해 무역규모를 9천500억 달러로 예상, 3년 연속으로 1조 달러 달성에 실패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 무역규모를 수출 5천222억 달러, 수입 4천155억 달러 등 9천377억 달러로 예상했고 한국경제연구원은 9천258억 달러(국제수지기준)로 전망했다.

하지만 미국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조치가 본격화하고 이로 인해 미국과 중국 간 무역분쟁이 촉발된다면 우리 수출의 회복세를 장담할 수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은행은 보호무역 조치로 인한 수출 차질 규모가 2015년에 0.5%(24억 달러, 명목 GDP의 0.2%) 수준이었고 작년 1∼11월에는 통관수출의 0.6%(28억 달러)로 확대됐다고 추정했다.

향후 보호무역주의 추세가 강화되면 무역규제로 인한 수출 차질 규모는 올해부터 2020년까지 통관수출의 0.8%(연평균)까지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또 세계 무역규제 건수가 10% 증가하면 우리나라의 수출은 1% 정도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한은은 "대미 수출이 13.3%(2015년·통관기준)를 차지하는 높은 경제적 연관성을 고려하면 트럼프 행정부의 주요 정책이 우리 경제에 직접적 영향을 줄 것"이라면서 "무역규제 강화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요구가 현실화하면 우리 경제에 부담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