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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예술의 자유와 정치인 표창원의 품격

예술은 창의를 생명으로 하고 창의는 자유로운 발상에서 우러나온다. 미술이나 음악, 그리고 문학의 영역에서는 그래서 사상과 표현의 자유가 대단히 중요하다. 그러나 이런 자유도 무작정 보장되지는 않고 일정한 한계가 있다. 예술의 영역이라고 하지만 표현의 자유도 타인의 명예나 자유를 침해하거나 공익이나 사회질서를 크게 훼손할 때는 보호의 범주를 벗어나는 것이 민주주의 국가의 기본적 법리이다.

지난 20일부터 국회 1층 로비에서는 ‘표현의 자유를 향한 예술가들의 풍자연대’라는 모임이 주최하는 작품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이 전시회는 민주당 표창원의원의 지원을 받았다고 한다. 그런데 전시작품 중 세인을 놀라게 하는 작품이 하나 전시되어 있다. 바로 ‘더러운 잠’이라는 그림에 박근혜대통령의 나신이 그려진 것이다. 이는 유명한 프랑스 작가 에두아르 마네가 1863년 그린 작품 올랭피아를 패러디한 것인데, 그 옆에는 문제의 여인 최순실이 서있는 하인으로 묘사되어 있다.

이 전시회는 세 가지 차원에서 적지 않은 시민들의 미간을 찌푸리게 한다. 첫째는 비록 탄핵소추 중에 있기는 하지만 일국의 대통령을 나신으로 표현하고 있다는 것이고, 둘째는 패러디작품이라고 하지만 국회의원이 지원한 그림전시회라는 것이며, 셋째는 장소가 불특정 다수인이 관람할 수 있는 국회의 1층 로비라고 하는 것이다. 박대통령을 국민의 전당에서 조롱거리로 삼는 것이 진정한 예술에 속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논외로 하더라도 이런 그림에 공감하고 즐겁게 생각하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패러디의 대상이 대통령이나 유명한 정치인이 아닌 평범한 시민이라고 하더라도 매우 불쾌할 것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이는 바로 대상자의 인격과 관련되는 것이 여성의 정체성에 대한 도전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요즈음 성희롱이라는 범죄의 영역이 매우 넓은 것을 생각하면 이런 범죄로까지 확장될 여지도 없지 않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민주당에서는 표창원의원을 당윤리위원회에 회부하여 징계하는 절차를 밟겠다고 하고, 대통령후보로서 유망한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도 정치인으로서 적절치 못하였음을 지적하고 있다. 표창원 의원 본인은 행사를 지원했을 뿐 내용은 몰랐다고 한다. 그러나 몰랐다는 것이 면책의 대상이 되기는 어렵다. 이런 사태가 가져온 사회적 해악과 상대방의 명예를 크게 훼손시킨 것은 물론이고 국회의원의 품격을 손상하고 정치적 윤리수준을 저하시킨 책임도 벗어나기 어려운 것이다. 국회의원에게 헌법상 면책특권을 부여하는 것도 국민대표로서 공무를 수행하는 일정한 범위 내에서만 인정되고 있다. 오늘날 국민들로부터 깊은 불신의 대상이 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국회의원들은 이번 사태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고위 공직자로서의 품격을 유지하고 언행에 절제력을 발휘하는데 소홀함이 없도록 각별히 신경을 서야 할 것이다.

<김영종 동국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