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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기사 10명 중 6명 "잘못 없는데 고객이 욕설했다"

택배노조 조사결과… 22%는 배달물품 설치 강요 받아
35% "병가·휴가 써본 적 없다"…노조 "전근대적 근로환경에 참담"

택배 기사 과반수가 고객에게 욕설을 들으며 일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택배노조)은 24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와같이 밝혔다.

택배노조는 8일 택배 노동자를 대표하는 첫 전국단위 산별노조로 출범했다.

이어 18일∼23일 '택배 노동자 현장·인권·노동 실태 설문조사'를 했다. CJ대한통운 275명, 로젠 74명, 한진 11명 등 총 6개 업체 소속 기사 378명이 참여했다.

이들 중 58%(218명)가 본인 잘못이 없는데도 고객에게 욕설을 들은 경험이 있다고 대답했다.

이날 택배노조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한 택배 수령인은 기사가 "전화기가 꺼져 있으시고 (현관) 비밀번호도 모르는 상황이라 반송하겠다"고 메시지를 보내자 "서비스하는 XX" 등 험한 욕설을 퍼부었다.

22%(83명)는 "컴퓨터·세탁기·선풍기 등 배달한 물품 설치를 강요당한 적 있다"고 답했다.

설치는 택배 기사 일이 아니라고 하면 "불친절하다고 콜센터에 항의하겠다"는 반응이 나왔다.

연락처가 잘못 적혀있는 경우가 허다함(79.4%)은 물론, 주소가 잘못 돼 엉뚱한 곳에 헛걸음했다가 담당이 아닌 지역으로 배송을 요구당한 일도 비일비재(80.4%)하다고 기사들은 답했다.

75.7%(286명)가 "혹한기, 혹서기에 난로나 선풍기 없이 야외에서 계속 분류 및 배달 작업을 한다"고 답하는 등 열악한 근무환경을 토로했다

휴가는 34.8%(132명)가 "경조사, 병가, 휴가를 써본 적이 없다"고 답했다.

택배노조는 "고객만족 평가 때문에 얼굴도 모르는 사람에게 욕설을 들으며 일하고 있다"면서 "택배 회사들은 참담한 전근대적 노동환경을 개선하고 감정노동 대책을 수립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