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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트럼프의 반 이민정책, 상당히 위험하다

미국의 트럼프대통령은 그가 선거기간 중 내세웠던 반 이민정책을 추진하는데 전혀 주저함이 없었다. 취임 후 일주일 만에 이민과 난민, 무슬림의 입국을 금지하는 행정명령 세 건에 대하여 서명을 한 것이다. 그 중에서도 지난 27일 서명한 이슬람 7개국 국민에 대한 입국금지는 인종과 종교의 화약고를 건드린 셈이 되어 이스람국가들을 비롯한 유럽각국과 캐나다 등 외국들은 물론 미국 국내에서 조차 거센 반발에 부닥치고 있다.

입국금지 대상국으로 지명된 시리아, 이라크, 이란, 리비아, 예멘, 수단, 소말리아 등 중동 및 아프리카7개국 국가 국민들은 90일간 비자발급 입국을 금지 당하게 되어 이들 국가들은 불법이민자 유출 또는 테러위험대상국으로 지목된 셈이다. 미국정부는 국내외의 이런 조치에 대한 반발이 거세어지자 지난 29일 이번 명령은 테러를 막기 위한 조치로 불가피한 것이며 이를 철회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하였다. 그러면서 종교적 차별이 아니냐 하는 의문에는 무슬림국가 중 40개가 넘는 국가는 입국금지대상국이 아니라서 불합리한 차별이 아니라고 해명하고 있다.

그러나 특정국가, 특정종교에 대한 이런 조치는 그다지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9.11테러 이후 혐의자의 85%는 미국인이며 합법적 거주자이고 이번에 금지대상국으로 지목된 7개국의 테러범은 11명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무리하게 무슬림국가의 국민들에게 입국금지를 강행하게 되면 무슬림의 극단주의를 부추겨 테러를 촉발하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 미국공화당에서 조차 이런 우려가 나오고 있다. 공화당의 중진의원인 존 메케인,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이 “이번 행정명령이 미국안보를 개선하기보다 테러리스트 모집을 더욱 돕게 될 것”이라고 비난 성명까지 발표하고 있다.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뉴욕 등 16개주의 법무장관들은 이 행정명령이 “비 미국적이고 비헌법적”이라는 공동성명을 발표하였다.

세계적 기업들의 반발도 만만하지 않다. 구글,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 등의 CEO들은 정부의 행정명령의 부당성을 일제히 비판하면서, ‘합법적 이미자를 보호해야 한다“고 하면서 출장길에 오른 금지국 출신 직원들에게 조속한 귀국을 촉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수도 워싱턴에서는 ”이건 미국이 아니다“라고 하는 반대시위가 벌어지고, 뉴욕, 보스턴 등의 연방법원들은 억류자들의 본국소환을 금지하는 긴급판결을 내리고 있다.

미국 내 의회, 법조계, 시민들로부터 제기되는 이런 다양한 반발은 미국의 건국과정과 국가의 정치이념을 되새겨 보면 너무나 당연한 현상들이다. 미국은 종교의 자유를 찾아 건너온 이민들로부터 세워진 국가이다. 그리고 트럼프는 “미국을 다시 위대한 국가로 만들겠다”고 취임사에서 자신의 정치목표를 밝힌 바 있다. 미국이 기회와 자유가 보장된 위대한 국가로 다시 태어나자면 반 인권적이고 차별적인 특정국가에 대한 입국금지조치는 철회되는 것이 당연하다. 우선은 국가 안보에 야간의 득이 될지 모르지만 길게 보면 자랑스러운 미국의 명예와 위신을 크게 실추키는 결과를 낳게 됨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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