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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고의적 달러 약세 유도…"트럼프노믹스와 모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환율전쟁을 선포하면서 고의로 달러 약세를 유도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추진하는 정책과 모순되는 게 너무 많아 혼란스럽다고 뉴욕타임스(NYT)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2일(현지시간) 잇따라 지적했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을 필두로 한 새 행정부가 전통을 깨고 거침없이 달러화 가치가 고평가돼 있다고 발언하고 있다고 전했다.

통상 미국 행정부는 달러화에 대한 입장은 재무부 소관임을 명확히 하고, 재무부 장관은 대개 "달러화 강세는 미국의 이익에 부합한다"는 원칙적 발언만 하는 게 전통이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일찌감치 전통을 깼다.

그는 취임 전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달러화가 너무 강세여서 미국 기업들은 경쟁할 수가 없다"면서 "이는 우리를 죽이고 있다"고 말했다.

취임 후 최근 백악관에서 한 제약업계 임원들과의 회동에서는 "중국이 무슨 짓을 하는지, 일본이 수년간 무슨 짓을 해왔는지 보라"며 "이들 국가는 시장을 조작했고 우리는 얼간이처럼 이를 지켜보고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인다면 미국은 고의로 이웃 국가들의 통화 가치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낮춰 미국 수출업체들에 이익을 주고 무역적자를 줄이려는 노력을 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는 감세와 인프라 투자 확대 정책 등 트럼프노믹스가 성과를 내게 된다면 이는 미국의 금리 상승을 불러올 테고, 이는 전 세계 투자자들과 자산을 미국으로 끌어와 달러화 가치를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는 향후 대통령의 발언대로 진정 달러화 가치를 절하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인지, 아니면 달러화 강세가 미국의 강세를 의미한다는 기존의 오래된 전통을 따를지 결정해야 한다고 NYT는 지적했다.

WSJ도 트럼프 대통령의 달러화에 대한 솔직한 발언이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빌 클린턴 행정부 때부터 이어져 온 '달러 강세가 미국의 이익에 부합한다'는 입장을 폐기하고, 달러화 약세를 추구할 경우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정책과 모순되는 것은 물론, 역사적 사실에 어긋난다는 게 WSJ의 지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약속한 감세와 인프라투자 확대 등 확장적 재정정책은 경제 성장을 부양하겠지만, 물가상승도 유발해 금리를 상승시키고 달러화 강세를 불러올 것이라고 신문은 내다봤다.

아울러 중국이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이후 위안화 가치 약세를 유도해 수출을 부양한 것은 맞지만, 다른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는 이후 6년간 더 떨어져 중국의 환율조작을 상쇄하고도 남았다고 WSJ은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