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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붙이뿐 아니라 말까지"…혹한속 몽골국민 나랏빚 갚기 나서

두 자릿수 호황 구가하던 경제 주저앉아 내달 6천700억 갚을 돈 없어
광업 의존 경제가 화근…혹한에 가뭄 겹친 '조드'로 사람·짐승 힘든 겨울나기

몽골 정부가 내달 만기되는 5억8천만 달러(6천700억 원)의 국채를 갚을 돈이 없어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 협상에 목매달고 있는 가운데 몽골 국민이 자발적인 국채보상 운동에 나섰다.

지난 1998년 한국의 외환위기 때 벌어진 금 모으기 운동에서처럼 몽골인들도 혹독한 경제난으로 인해 궁핍한 가운데서도 현금과 보석, 금붙이 등을 내놓고 있지만, 한국과 다른 점은 유목민에게 가장 큰 재산이라 할 수 있는 말까지 나랏빚 갚는 데 보태고 있다고 포린 폴리시가 2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을 인용해 전했다.

몽골 정부는 IMF및 중국과 구제금융 협상을 벌이고 있으나 구제금융이 제때 이뤄질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고 이 매체는 말했다.

몽골은 풍부한 광물 자원 덕분에 수년 전만 해도 경제가 두 자릿수로 성장했으나, 지나치게 광업 의존적인 경제는 몽골 광물의 주요 수입국이던 중국과 러시아의 경제 둔화로 수출이 급감하고, 세계적인 1차 산품의 가격이 주저앉자 도리어 화근이 됐다.

"광업 경기에 의존하는 것은 지속 가능한 발전 전략이 아니다"라고 중앙아시아 전문가 케이티 푸츠는 포린 폴리시에 말했다.

지난해 몽골에 대한 외국인 투자는 말라 버렸고 몽골의 경제 성장도 멈췄다. 설상가상으로, 혹한과 가뭄이 겹치는 자연재해인 '조드'가 현재 중앙아시아 대초원 지대를 덮쳤다.

지난해도 조드로 인해 100만 마리 이상의 가축과 동물이 죽은 몽골은 아직 그 피해를 복구하지 못한 상태다. 몽골 국민은 사회복지 축소와 식량, 연료비 앙등, 실직 등 이중삼중의 고통에 시달리며 힘겹게 겨울을 나고 있다.

한 가게 주인은 자신이 아는 사람 열에 여덟은 일자리를 잃었다고 말했다고 포린 폴리시는 닛케이 아시안 리뷰를 인용해 전했다. 몽골의 겨울이 워낙 추운 까닭에 사람들은 기본 식품비까지 줄여가며 난방 연료를 사고 있다고 이 가게 주인은 설명했다.

에르데네바트 자르갈톨가 몽골 총리는 국민의 국채보상 운동에 대해 정부가 요청한 것은 아니라면서도 "정부로선 어떠한 시민주도 운동도 하지 말라고 할 수 없다"고 말해 국민의 성금을 마다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국민의 자발적인 성금을 빚 갚는 데 쓰기보다는 "공공시설을 비롯해 건강, 교육, 스모그 대책에 쓰기로 정부는 결정했다"고 그는 덧붙였다.

에르데네바트 총리는 내달 만기되는 나랏빚을 갚을 방안이 이미 마련됐다고 장담했으나, 금융 분석가들은 회의적이라고 포린 폴리시는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