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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가계·중소기업...은행 대출잔액·대기업 대출만 줄었다

2금융권 위주 가계 부채 급증...금융안전망과 가계경제 위협

2금융권의 가계대출 규모가 금융안전망을 위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금융권이 대출을 조이는 사이에 2금융권을 중심으로 차주들의 대출규모가 늘어난 것이다.

2금융권 가계대출이 신용등급이 낮을수록 역마진을 보고있다는 연구결과도 나오고 있어 2금융권 가계대출을 두고 금융안전망을 위협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기에 중소기업 대출 규모도 대기업 대출 규모 감소세와 달리 가계대출과 동반 상승세를 보여 금융비용으로 인한 부담이 우려되고 있다.

◇한국은행 “가계대출 잔액 전년 말보다 124조원 늘어”◇

한국은행은 15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제출한 업무보고 자료에 따르면 작년 12월 말 가계대출 잔액(주택금융공사 모기지론 양도분 포함·속보치)은 1천154조6천억원으로 전년 말보다 124조원 늘었다고 밝혔다.

이같은 증가세는 지금까지 최대 증가세였던 지난 2015년 110조1천 억원을 넘어선 것이어서 사상 최대 증가세다.

한국은행의 가계대출 속보치는 한국은행의 가계신용 통계보다 범주가 좁은 것이어서 이를 대부업체, 주택도시기금, 자산유동화회사 등의 대출금과 결제 전 신용카드 사용액과 할부금융 등 판매신용까지 포함하면 지난해 가계부채 증가액은 130조원 안팎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은행과 비은행별 대출 현황을 보면 은행에 조여진 대출 규모에 비은행 대출이 크게 늘어났음을 볼 수 있다.

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액은 지난해 68조8천억원으로 2015년 78조2천억원에 비해 12.0%(9조4천억원) 줄어든 반면 보험사, 저축은행, 여신전문금융회사, 신용협동조합 등 비은행금융기관의 가계대출은 지난해 55조1천억원 늘었다.

전문가들은 제2금융권 대출은 보통 은행보다 이자가 비싸므로 원리금(원금과 이자) 상환 부담이 크다는 점을 들어 2금융권 가계대출을 민간소비의 위축을 야기시키고 금융안정을 훼손할 수 있는 잠재적 위험 요인으로 지적한다.

특히 가계대출은 지난해 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이 업황 부진, 기업 구조조정에 따른 신용 경계감 등으로 증가세가 꺽이면서 20조8천억원 증가에 그친 것 이상의 증가세를 보였다.

기업대출 증가액은 2015년 증가액 48조3천억원의 43.1% 수준에 불과했다.

◇중소기업 대출 규모도 증가세...2금융권 두드러져◇

지난해 10월 기준 현재 상호금융, 상호저축은행, 새마을금고 등 '제2금융권'이 다수인 비은행 예금취급 기관(비은행)에 빌린 중소기업 대출금 잔액은 76조5천723억 원으로 2015년 같은 기간보다 31.2%(18조2천180억 원) 증가한 것이고, 전달과 비교해도 2%(1조4천863억 원) 정도 늘어난 것이다.

중소기업 워크아웃 규모 상승세도 두드러졌는데 금융감독원이 지난 연말 중소기업 176곳을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법정관리 등 구조조정 대상에 선정했는데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몰아닥쳤던 2009년 이후 7년 만에 최대 규모다.

비은행 대출이 급증한 것은 정부의 조선업과 철강업 등 취약산업 구조조정 여파로 시중 은행이 최근 대출 문턱을 높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시중 은행은 완벽한 담보가 없으면 대출 허용이 안 되고 신용보증기금 등도 기업 입장에서는 신용평가 등의 심사기준이 갈수록 까다로워지고 있다"며 "사실상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이 아니면 손 벌릴 곳이 없다"고 말했다.

대출

◇2금융권 대출 규모 역대 최대지만...역마진 우려도◇

이는 2금융권 대출 규모의 역대 최대치로 이어진다.

지난 1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작년 12월 말 현재 비은행금융기관의 여신 잔액은 724조1천358억원으로, 2015년 말보다 87조3천515억원(13.7%) 늘었다.

이 수치에 대부업체가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을 보면 통계외 수치까지 합산 시 그 규모는 더 늘어나게 된다.

은행권의 여신심사 강화로 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세는 약간 둔화됐지만 은행에서 밀려난 가계와 기업이 2금융권을 찾는 이른바 '풍선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2금융권 대출은 '풍선효과' 지속 등으로 당분간 계속 늘어날 공산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한은은 지난달 13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한 금통위원이 가계대출 전망을 묻자 "올해에는 기약정 집단대출이나 비은행 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대출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답변했다.

2금융권의 대출규모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였다 해도 좋아할만한 일은 아니다.

예금보험공사 관계자는 "고위험 신용대출은 경기 하강 때 손실 폭이 크고 대손충당금 부담도 커진다"고 말한다.

예보에 따르면 저축은행은 4∼5등급 중신용자에 개인 신용대출을 했을 때 대출마진(7∼8%)을 가장 크게 얻고 있지만 8등급 이하 저신용자 대출에선 손실을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보 관계자는 “신용등급 8등급 이하의 저신용자 대상 대출은 대출원가가 대출금리를 상회하고 있어 대출취급액이 증가할수록 손실이 발생하는 구조”라며 8등급~10등급 구간에서 역마진이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예보 관계자는 “저축은행 개인신용대출의 대출원가와 대출금리(가격)간 적정성을 분석한 결과 차주별 신용등급 등에 따른 대출원가에 기반하지 않고 불합리하게 대출금리가 산정되고 있다”며 ▲신용평가시스템 정교화 ▲차주별 대출원가에 상응하는 대출금리 적용 ▲중금리시장에서 차별화된 서비스 제공 ▲고위험 대출에 대한 관리 강화 등의 노력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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