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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당한 빚 독촉 막는다…4월부터 채권자 변동 한눈에 확인

채권자 변동 조회시스템 개설…소멸시효 만료 여부도 파악 가능
4월부터 대부업체에 대출채권 매각 가이드라인 적용

치킨집을 내느라 3년 전 A저축은행에서 1천만 원을 빌리고서 연체 중인 김모 씨는 얼마 전 빚을 갚으라는 전화를 받고 당황했다.

자신이 돈을 빌린 곳이 아닌 B대부업체가 갑작스럽게 "A저축은행에서 1년 전 대출채권을 양도받았으니 돈을 갚으라"고 요구해서다.

대출채권이 팔려나갔는지도 모르고 있던 김씨는 압박에 못 이겨 돈을 일부 갚았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자신의 대출채권은 C캐피탈에 최종 양도돼 있었다.

B저축은행에 돈을 갚을 필요가 전혀 없었던 셈이다.

앞으로는 김 씨처럼 자신도 모르게 대출채권이 넘어가 황당한 채권추심을 당하는 일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는 4월 1일부터 개인 채무자들이 채권자 변동 내역을 정확히 확인해볼 수 있는 '채권자 변동 조회시스템'(credit4u.or.kr)을 연다고 15일 밝혔다.

금융권 부실채권은 대부업체 등으로 빈번하게 매각되기 때문에 채무자가 자신의 채무를 누가 들고 있는지,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 파악하기 어렵다.

이에 따라 빚 독촉을 할 권한이 없는 대부업체가 추심을 하거나, 이미 갚은 돈을 또 갚으라고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채권자가 부당한 빚 독촉에서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도록 채권자 변동조회 시스템에는 빚을 갚으라고 요구할 권한이 있는 최종 채권 기관과 채권 금액, 양도 일자, 양도 사유 등을 조회할 수 있다. 채권 소멸시효가 끝났는지도 알 수 있다.

금융회사의 대출채권은 추심하지 않은 지 5년이 지나면 소멸시효가 끝나 채무자가 빚을 갚지 않아도 된다.

시스템에 등록되는 금융회사 채권 정보는 신용회복위원회와 공유된다.

이렇게 되면 채권자를 파악하지 못해 채무조정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이 줄어들 수 있다.

지난해 채무조정을 진행하다가 추가로 채권자가 확인돼 채무조정을 다시 신청해야 했던 이들이 1만214명에 이른다. 채권자 확인이 정확히 되지 않으면 채무조정 기간도 통상적 기간(50일)보다 25일가량 더 걸린다.

이날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채권추심 건전화 방안 추진 점검회의'에 참석해 "신복위와 채권자 변동정보를 공유하면 그간 채권자 파악이 어려워 제외됐던 채무까지 조정 가능하게 됨으로써 연체 채무자들이 채무조정제도를 보다 적극적으로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전(全) 금융권과 대부업체는 4월부터 금융당국이 정한 '대출채권 매각 가이드라인'을 지켜야 한다.

가이드라인은 미등록 대부업체에 대한 채권 매각, 빈번한 채권 재매각 등으로 채무자가 과도한 빚 독촉에 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제정한 것이다.

금융기관이 부실채권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지켜야 할 사항을 업무 단계별로 제시했다.

금융회사는 소멸시효가 끝났거나 채무자와 소송을 벌이고 있는 채권을 매각해서는 안 되며, 매각 계약서를 쓸 때는 3개월간 재매각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명시해야 한다.

대출채권을 팔 금융기관을 선정할 때는 법령과 가이드라인 위반 사실이 있는지 의무적으로 실사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채권추심회사와 대부업체가 가이드라인을 제대로 지키는지를 중점적으로 검사할 계획이다. 매입 추심 대부업체 10개사 등 올해는 25개사가 검사 대상이다.

임 위원장은 "그간 금융당국의 직접적인 관리·감독을 받지 않아 상대적으로 규제가 느슨했던 대출채권 매입 추심 대부업체를 엄격히 감독해 불법·부당한 추심행위로부터 채무자를 보호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