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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아파트의 높은 이주비대출금리... 이주비 대출 포기 속출

재건축아파트의 이주비대출금리가 4%에 가까워 이주비 대출을 포기하는 가구가 속출하고 있다.

금융당국과 금융기관의 집단대출 옥죄기가 중도금 대출에 이어 이주비 대출로 번지면서 이주비 받기를 포기하는 조합원들이 늘고 있다.

대출 이자가 일반 다른 대출에 비해 턱없이 높아 오히려 이주비를 받는 게 부담이 된다는 것이다.

16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현재 조합원 이주가 진행중인 서울 서초구 우성1차 아파트는 지난해 말 이주를 시작하면서 이주비 대출 이자를 연 3.78%로 약정했다.

은행들이 정부의 집단대출 축소 방침을 들어 이주비 지원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당초 예상보다 금리가 높아졌다.

통상 이주비 대출은 조합원 권리가액의 70%까지 받을 수 있다. 권리평가액이 10억원인 경우 7억원까지 대출이 가능해 금리 변동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이르면 4월 이주를 앞두고 있는 서초구 서초동 무지개아파트도 이주비 대출을 협의중인 은행에서 3% 후반의 이자를 제시해 난감한 상황이다.

조합 관계자는 "정부가 가계부채 관리를 이유로 집단대출만 손대고 있으니 은행들이 과거처럼 적극적으로 덤벼들질 않는다"며 "금리가 문제인데 3% 중반 수준으로 낮추기 위해 계속 협의중"이라고 말했다.

현재 가구수가 6천200가구에 이르는 강동구 둔촌 주공 아파트는 이주비 대출 은행을 찾지 못해 애를 먹고 있다.

당장 5월부터 이주를 시작해야 하는데 대출 규모가 워낙 크다보니 은행들이 난색을 표하는 것이다. 이 아파트의 이주비 대출 규모는 줄잡아 1조8천억원에 달한다.

현지 중개업소 대표는 "은행들이 1천억원이 넘는 대출은 어렵다는 반응이어서 여러 은행들을 모아야 하는 상황"이라며 "은행들의 콧대가 높아 금리도 얼마를 요구할지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조합은 15일 열리는 대의원회의의 안건 중 하나로 이주비 대출 문제를 논의하기로 했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재 분양시장에서 일반분양 계약자들에게 빌려주는 중도금 대출 이자는 분양이 100% 완료된 인기지역마저 연 4%를 넘어섰다. 지방의 일부 지역에선 연 5%대의 금리를 요구해 분양계약자들의 이자 부담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강동구 고덕동 고덕그라시움은 중도금 1차 납입일이 다음달로 닥쳤는데 아직까지 중도금 대출은행을 찾지 못했다. 조합원을 상대로 한 대출도 1금융권에서 제2금융권(농협)의 신용대출로 전환되면서 대출 금리가 연 4.7%까지 올랐다.

이런 가운데 위험성이 낮아 안전대출로 꼽히는 이주비 대출 이자 마저 연 4%에 육박하면서 재건축 조합들의 불만아 커지고 있다.

조합원들의 이주비 포기도 속출한다. 기존에 받아놓은 담보대출 등의 이자가 연 2∼3%대 초반으로 훨씬 싸기 때문이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불과 2년 전만해도 이주비 대출 이자가 연 2%대로 저렴해 돈이 있는 사람조차 일부러 이주비 대출을 받아 다른 용도로 굴릴 정도였는데 '격세지감'이 느껴진다"고 했다.

일부 조합원들은 이주비 대신 전셋집을 얻어 전세자금대출을 받아 전세금 등을 충당하고 있다. 전세자금대출 이자는 금리가 연 3% 초반으로 낮아 이주비 대출과 비교해 연 0.5%포인트 안팎의 금리 차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강남구 대치동 중개업소 대표는 "최근 서초 우성·무지개 등의 이주가 시작했거나 임박하면서 은마아파트 등 대치동 일대로 전세를 얻으러 오는 조합원들이 부쩍 늘었는데 이주비 이자가 비싸다며 (이주비를 포기하고) 집주인의 동의를 얻어 전세자금대출을 한도까지 채워 받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강남의 재건축 조합은 조합원 이주비 총액이 8천억원 정도인데 일반 대출과의 금리 차이로 인해 실제 대출 집행 금액은 절반이 안될 것으로 보고 있다.

조합 관계자는 "조합원들에게도 집단대출 상황을 설명하고 가급적 저렴한 이자의 개인 대출을 이용하라고 권할 정도"라며 "기존 대출이 있는 경우 그 대출을 연장하거나 전세자금대출을 받는 방식을 많이 택할 것 같다"고 말했다.

건설업계는 과도한 집단대출 옥죄기로 인해 대출 이자가 높아지면서 서민들의 부담은 커지고 '은행 배불리기'만 하고 있다며 불만이다.

한국주택협회 김동수 실장은 "중도금, 이주비, 잔금 대출 등 집단대출이 묶이면 집을 사려는 수요가 줄어들 것이고 미분양 증가와 주택시장 침체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며 "과도한 대출 억제는 오히려 대출 부실을 양산할 수 있는 만큼 속도조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