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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의되는 ‘징벌적 손해배상’, 환경을 넘어 체불임금 적용 의견까지

민사상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고의 또는 악의를 가지고 재산·신체상의 피해를 입힐 목적으로 불법행위를 행한 경우, 가해자에게 징벌적 목적으로 더 큰 배상을 하도록 하는 제도인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민·형법 분리로 피해에 상응하는 배상만 규정한 한국에 도입될 수 있을까

최근 다국적기업 옥시 등 대기업 화학제품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을 계기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논의가 나오고 있다.

우선 조기 대선 가능성이 큰 현재 주요 대선주자들과 정치권을 중심으로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 발언이 나온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 새누리당, 국민의당, 바른정당은 이날 4당 원내수석부대표 및 정무위 간사 회동을 하고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들에 대한 협의를 가지며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을 가맹사업거래공정화법 개정안을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바 있다.

당시 국민의당 김관영 원내수석부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제조물책임법도 입증책임을 전환하는 문제, 징벌적 손해배상을 수용하는 문제에 대해 상당 부분 접근했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달 22일 직접 발표한 정책쇄신안을 통해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확대를 내세웠고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은 재벌 개혁안이 담긴 '경제정의 실천' 공약을 통해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확대 적용하는 내용을 담았다.

차기 대선주자에 대한 여론조사에서 수위를 기록중인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지난 9일 자신의 안전공약을 발표하며 가습기 살균제 참사에 대한 재수사 가능성과 가습기 살균제같은 참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징벌적 손해배상제와 집단소송제 도입을 밝혔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체불임금을 반복하는 악덕 사업주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언급한다.

이 시장은 자신의 사회관계서비스(SNS) 계정을 통해 "12살 때 목걸이 공장이 밤새 사라지고 3개월치 월급을 떼어먹혀 펑펑 울었던 기억이 있다"며 "고의적, 반복적 임금체불 악덕 사업주는 엄정한 형사처벌 뿐 아니라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전 공동대표도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과 공정위 강화로 공정경쟁 환경 마련을 주장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공동대표가 15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소비자집단소송과 징벌적손해배상제도 쟁점과 방향 토론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2016.6.15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한국인의 타인에 대한 신뢰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사에서 35개 회원국 중 중하위권에 머무는 상황에도 도입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지난 9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기획재정부 중장기전략위원회에서 “전재경 사회자본연구원 연구위원은 거짓말에 대한 엄정한 법 집행으로 법질서에 대한 신뢰를 높여야 한다”며 "신뢰 관련 범죄의 처벌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환경피해에서부터 체불임금, 불공정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나오는 가운데 징벌적 손해배상의 환경피해 차원에서 논하는 자리가 마련된다.

대한변호사협회 관계자는 “환경피해자의 피해를 회복할 수 있는 보다 효과적인 방안을 마련하고, 피해를 유발하는 기업의 행위에 대해 강력히 제제하여 이와 같은 부도덕한 경제활동 자체를 억제할 제도를 마련하기 위한 관계 분야의 전문가들을 모시고 그 방안에 대한 중지를 모으는 자리를 마련한다”고 말했다.

변협은 17일 서울 국회의원회관에서 제2세미나실에서 홍영표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징벌적 손해배상을 지지하는 변호사·교수 모임과 공동으로 ‘환경피해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을 위한 토론회’를 가진다.

변협 관계자는 “지난달 20일 가습기 살균자 피해자들에 대한 지원 방안 등을 담은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법안’이 국회 본회의에 통과되었지만, 가해기업의 징벌적 배상조항이 빠진 법안으로 관련법이 개정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