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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선진화법에 또 갇힌 2월 임시국회…이제는 '식물국회’

선진화법 부작용으로 환노위 날치기 자행…특검 연장도 어려워
20대 국회서도 개정 목소리…여소야대 구도 속 쉽지 않을 듯

여야 간 첨예한 대립과 폭력을 막고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꽃피우기 위해 만든 국회선진화법이 오히려 국회 파행의 빌미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선진화법 도입 이후 입맛에 맞는 법안 처리를 강행하려는 다수당과 이를 저지하려는 소수당 소속 의원 사이에 폭력이 난무하는 '동물국회'는 사라졌지만, 그 자리에 아무 일도 할 수 없는 '식물국회'가 들어선 형국이다.

국회선진화법이 처음 적용된 19대 국회가 역대 국회 중 가장 생산성이 떨어진 최악의 국회로 전락한 것은 선진화법의 영향이 결정적이었다는 비판도 나온다.

선진화법의 운영주체인 여·야 정당과 국회의원들이 이상적인 입법 취지를 살리지 못한 탓이 크지만, 선진화법의 부작용이 20대 국회 들어서도 정상적인 국회 운영의 발목을 잡는 모양새다.

2월 임시국회가 시작하자마자 환경노동위원회에서 '날치기 논란'이 빚어지며 국회 운영에 파행이 빚어졌다.

삼성전자 노동자 백혈병 피해와 MBC 노조 탄압, 이랜드 파크 부당노동 관련 청문회를 여는 방안이 야당 의원만 참석한 가운데 환노위를 통과하자 여당과 바른정당이 반발하며 상임위원회 일정을 전면 거부한 것이다.

환노위에서 날치기가 자행된 것은 선진화법의 구조적 한계에 따른 측면도 있다는 지적도 있다.

선진화법에는 안건조정제가 포함돼 있는데, 상임위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이 안건조정위원회 구성을 요구하면 여야 동수로 위원회를 구성해 최장 90일간 논의해야 한다.

현재 환노위는 야당 10명, 범여권 6명으로 구성됐는데 범여권 6명만 동의하면 안건조정제를 활용해 안건조정위원회 구성을 요구할 수 있다. 야권은 범여권이 안건조정제를 악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강행 처리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수사를 위한 특별검사의 활동기한을 연장하는 법안도 현행 선진화법 아래서는 사실상 통과가 불가능한 실정이다.

자유한국당이 특검 활동 연장 법안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히자 야당은 특검 연장법안을 국회의장이 직권상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그러나 선진화법은 국회의장의 법안 직권상정 요건을 천재지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 비상사태나 각 교섭단체 대표와 합의한 경우로 제한해 특검 연장법안의 직권상정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처럼 선진화법이 '식물국회'의 주범으로 지목되면서 20대 국회에서도 선진화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다만, 19대 국회에서는 당시 여당이자 제1당이던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이 선진화법 개정을 강력하게 추진했으나, 여소야대 구도가 된 20대 국회에서는 민주당이 선진화법 개정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며 '공수'가 역전된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선진화법 개정에는 180석 이상의 찬성이 필요해 현 국회 구성을 고려할 때 민주당(121석), 국민의당(38석), 바른정당(32석)이 동의하면 법 개정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