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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방적 시장개입 없었다"...정부, '환율조작국' 지적한 FT에 항의

기재부·한국은행 공동명의…"일방적 시장개입 하지 않았다"
환율조작국 지정·4월 위기설 확산 우려 불식 조치

아시아에서 환율을 조작하는 국가가 한국이라고 주장한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정부가 항의서한을 보냈다.

이는 4월 미국 환율보고서 발표를 앞두고 한국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를 잠재우고 이와 함께 '4월 위기설'이 확산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16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은 15일 공동명의로 FT 영국 본사와 일본 지사에 보도 내용이 사실과 다르니 신중을 기해달라는 내용의 항의서한을 보냈다.

기재부 국제금융 라인에서 외신에 항의서한을 보낸 것은 이례적이다.

이는 FT 보도 후 미국이 한국과 대만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수 있다는 관측이 힘을 얻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조처로 풀이된다.

FT는 13일 아시아에서 환율 조작을 하는 국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목한 중국이나 일본이 아니라 한국, 대만, 싱가포르라고 보도했다.

한국과 대만이 외환시장 개입 내용을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트레이더들이 국제수지 데이터나 시장 움직임을 토대로 추론하고 있지만, 이들 국가가 환율에 개입한 흔적이 명백하다고 FT는 주장했다.

FT는 중국과 일본의 경상수지 흑자가 국내총생산(GDP)의 3% 수준에 미치지 못하지만,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는 GDP의 8%에 육박한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재무부 이코노미스트를 지낸 브래드 세스터 대외관계위원회 선임위원이 "지속적으로 통화가치가 상승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데 적극적이었던 국가는 한국과 대만뿐"이라는 주장도 인용했다.

정부는 FT가 기사에서 제시한 두 가지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해 항의 서한에 담았다.

정부는 한국이 원화 절하를 위해 일방적으로 시장에 개입하지 않았다는 점은 국제통화기금(IMF)의 한국경제 보고서와 미국 환율보고서에서도 인정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아울러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는 고령화와 유가 하락에 기인하고 있고 이 같은 내용을 뒷받침하는 연구가 많다는 점, 국제결제은행(BIS)이 발표한 것처럼 원화의 실질 가치가 계속 고평가돼 있고 따라서 환율 저평가로 경상수지 흑자가 발생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잘못됐다는 점도 항의서한에 담았다.

이번 FT의 보도를 두고 일부에서는 일본의 입김이 작용한 것이라고 보고 있기도 하다.

FT는 2015년 7월 일본의 니혼게이자이신문(日本經濟)신문(닛케이, 닛케이신문)에 인수됐다.

이 같은 배경에서 보면 FT의 보도는 미국의 관심사를 일본 외 다른 국가로 돌리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기재부 관계자는 "그동안에는 외신 대변인이 주로 외국 보도에 대응을 해왔다"며 "외환정책에 대해 신중하게 언급해 달라는 의미에서 대응에 나섰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