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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처럼 스러진 세계7위 한진해운...해운업 불황은 현재진행형

법원이 한진해운에 대한 파산을 선고함으로써 세계 7위 해운사가 갑자기 스러진 것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또한 한진해운이 없어진 한국 해운업계에 있어 미래가 어떻게 될지를 두고 셈법은 복잡하다.

◇法, 한진해운 파산 선고 “청산 절차 밟는 게 더 이익”◇

서울중앙지법 파산6부(정준영 수석부장판사)는 17일 한진해운에 대한 회생절차 폐지에 대한 2주간의 항고기간 동안 적법한 항고가 제기되지 않아 최종 파산 선고를 내리게 됐다고 밝혔다.

법원은 김진한 변호사를 파산 관재인으로 선임해 한진해운에 대한 본격적인 파산 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다.

파산채권의 신고 기간은 오는 5월 1일까지이며 제 1회 채권자 집회와 채권조사는 오는 6월 1일 서울법원종합청사에서 진행된다.

앞서 법원은 삼일회계법인을 조사위원으로 선정해 회생 절차를 밟아왔다. 이 과정에서 미국 롱비치터미널 지분 등 주요 자산의 매각 절차가 진행됐다.

그 결과 삼일회계법인은 한진해운의 영업 가능성 등을 따져본 뒤 지난해 12월 중순 청산 절차를 밟는 게 기업을 계속 운영하는 것보다 이득이라는 최종 결론을 내렸다.

법원은 이를 토대로 이달 2일 한진해운의 주요 자산 매각이 마무리되자 회생절차를 폐지했다.

한진해운

◇고(故) 조중훈의 수송보국의 꿈으로 시작했지만...◇

한진해운은 지난 1977년 조중훈 창업주가 국내 최초의 컨테이너 전용선사로 설립한 이래로 1978년 중동항로, 1979년 북미서안 항로, 1983년 북미동안항로 등을 연달아 개설하며 한국 컨테이너 해운업계를 선도해왔다.

1988년 대한상선(대한선주)을 합병해 국내 '1호 선사'가 된 한진해운은 이후 미국 시애틀, 롱비치 등 주요 항만에 전용 터미널을 세워 사세를 키우고 1995년 거양해운, 1997년 독일 2위 선사 DSR[155660]-Senator를 인수하며 규모를 키워왔다.

조중훈 회장이 2002년 11월 타계하자 셋째 아들인 조수호 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섰고 지난 2006년에는 조수호 회장이 지병으로 별세하자 부인인 최은영 전 회장이 경영 일선에 나섰다.

하지만 2008년 리먼사태 이후 지속한 글로벌 해운업 불황 속에 운임이 호황기의 절반 이하로 떨어졌고, 호황기 때 비싸게 장기 계약한 용선료로 인한 누적 손실때문에 회사 경영 상태는 계속 악화했다.

최 전 회장은 결국 시숙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에게 회사 지분과 경영권을 넘기고 완전히 손을 뗐다.

조 회장은 2014년부터 한진해운의 경영 정상화에 매진했으나 해운업 장기 불황 속에서 속수무책이었다.

결국 지난해 4월 25일 한진해운의 운명이 채권단에 넘어간 뒤에도 손 쓸 방법은 많지 않았다.

이후 선박 가압류 등으로 영업망이 무너지고 인력과 주요 자산을 매각한 한진해운은 국내 1위, 세계 7위 선사로 군림하던 시절을 접고 결국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사상 첫 해상운송 국제수지 적자...장기불황은 현재진행형◇

한진해운 사태 이후 글로벌 대형 화주들이 한국 해운업에 대한 신뢰를 잃은 가운데 해외 대형선사들이 인수합병(M&A)을 통한 몸집 불리기로 시장 점유율 확대에 나서면서 국내 해운 기업들은 풍전등화 처지에 몰렸다.

여기에 한진해운 파산 영향으로 해상운송 국제수지가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래 첫 적자를 보이면서 수치상에서도 한국 해운업은 불리한 위치에 서있다.

이날 한국은행 국제수지의 서비스무역 통계를 보면 지난해 해상운송 수지는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06년 이후 처음 적자를 기록했다. 한은이 집계한 적자규모는 5억3천60만 달러(잠정치·약 6천억원)이다.

한국의 연간 해상운송수지 흑자는 2006년 17억60만 달러에서 2012년 70억8천170만 달러까지 늘었다.

그러나 세계적인 해운업 부진 등의 영향으로 흑자 규모가 2013년 56억320만 달러로 줄었고 2014년 43억9천130만달러, 2015년 43억680만 달러를 각각 기록하다 작년에는 해운업 강국이라는 과거 명성이 무색하게 적자로 돌아서버렸다.

정부는 국적선사 1위인 현대상선에 지원을 하는 한편 국내 해운업 회복을 위한 대형선박 건조 지원과 금융지원을 강화한다고 하지만 업황이 좋지 않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등에 따르면 올해 해운물동량 수요 증가율은 2.3%에 그칠 것으로 분석됐다.

여기에 올해 글로벌 해운얼라이언스(해운동맹)가 양강 체제로 재편되면서 해운사 간 치킨게임이 재발할 우려가 있으며, 치열한 경쟁으로 운임이 더욱 하락할 것이라고 KMI는 내다봤다.

특히 미국 등의 보호무역주의로 수출에 먹구름이 끼면서 국제적인 해운업 업황도 불투명한 상태다.

전국해양산업노동조합연맹, 부산항만산업협회 등 20여개 단체로 이뤄진 한진해운 살리기 부산시민비상대책위원회는 강력한 국적 선사 육성을 위한 정부의 구체적인 정책과 해운업계에 대한 아낌없는 지원을 주문하고 있다.

3일 부산항신항 한진해운 컨테이너터미널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법원이 한진해운의 회생 절차를 폐지하면서 한진해운에 대해 오는 17일 파산선고가 내려질 예정이다. 2017.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