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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 경찰 "北국적 용의자 체포"...北 "국정원 음모" 물타기 나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의 암살을 두고 수사중인 말레이시아 경찰이 북한 국적의 용의자 리정철을 체포했다.

한편으로 북한과 친북매체는 김정남 암살에 대한 한국 국정원 소행설을 내놓으며 물타기에 나섰다.

18일(현지시간) 말레이시아 온라인 매체 더스타는 이번 사건을 수사중인 경찰이 전날 오후 8시(현지시간) 셀랑고르 주 쿠알라룸푸르 시내에 잘란 쿠차이 라마의 한 아파트를 급습해 북한 국적으로 기재된 신분증을 소지한 용의자 리정철을 체포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보도는 현지 신문인 중국보는 전날 오후 9시 50분께 리정철을 붙잡았다고 전해 체포시점에 차이는 있었지만 북한 국적 용의자인 점은 동일했다.

현지 일간 뉴스트레이츠타임스는 리정철이 경찰에 수배 중이라는 사실을 알고 이 아파트에 숨어지낸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경찰은 김정남 암살 용의자로 베트남 여권 소지자 도안 티 흐엉(29)과 인도네시아 국적 시티 아이샤(25) 등 여성 용의자 2명과 시티 아이샤의 말레이시아인 남자친구를 체포한 뒤 도주한 나머지 남성 용의자 4명의 뒤를 쫓아왔다.

이중 한 명으로 추정되는 리정철은 만 46세(1970년 5월 6일생)으로, 말레이시아 이민국에서 외국인 노동자에게 발급하는 신분증인 i-KAD를 소지하고 있었다.

경찰은 두번째 용의자인 인도네시아 국적의 시티 아이샤(25)를 체포한 후 지난 16일 리정철의 행방을 파악하고 미행해오다 체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리정철이 북한 정찰총국 소속 공작원인지 누군가에 고용된 청부업자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북한 국적이 표기된 신분증을 소지한 첫 체포 용의자여서 사건을 푸는 중요 열쇠가 될지 주목된다.

한편 강철 주(駐) 말레이시아 북한 대사는 17일 밤(현지시간) 쿠알라룸푸르 종합병원 영안실 앞에서 기자들에게 "우리 영사관의 보호를 받는 외교관 여권 소지자인 그(김정남)에 대해 우리가 부검을 반대했음에도, 말레이시아는 우리의 허락 없이 이를 강행했다"며 "우리가 입회하지 않은 가운데 이뤄진 부검결과를 절대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한국 정부가 정치 스캔들에서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며 "이를 위해 이번 사건을 이용해 북한 이미지를 훼손하고 있다"는 주장을 폈다.

김정남 사망 배후로 북한을 거론하는 것은 최순실 사태에 따른 정국 불안정을 덮기 위한 한국의 '정치적 음모'라는 것이다.

여기에 독극물에 의한 피살이라는 쪽으로 부검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커지자 미리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며 선수를 친 것이다.

친북매체 '민족통신'도 "이같은 사건이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중략) 한국의 박근혜 세력"이라고 주장했고, 17일에는 이번 사건이 "국정원의 자작극일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강변한 바 있다.

김정남의 존재 자체에 대해 철저히 입을 닫아 온 북한이 현지 고위급 외교관을 통해 다소 위험을 감수한 공개 대응에 나선 것도 이런 상황에 압박을 느꼈기 때문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그의 암살과 관련한 북한 관영매체의 언급은 아직까지 없는데 김정남이 김 위원장의 이복형이라는 점에서 이를 보도하면 그를 '백두혈통'으로 인정할 뿐 아니라 '백두혈통' 피살에 대한 민심 동요를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