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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연테크, 신제품 '우드 PC' 출시…"가성비보다 디자인 우선"

토종 PC 제조사 주연테크가 내년 창사 30주년을 맞아 케이스 일부에 나뭇결을 넣은 색다른 디자인의 신제품 데스크톱 '우드 PC'를 출시한다고 20일 밝혔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앞세우는 '싸구려' 제품보다는 인테리어 소품으로도 손색 없는 '예쁜' 제품을 내놓기 위해 이례적으로 가구 느낌을 PC에 적용했다.

가구에도 스마트 기기를 접목하는 요즘, 거꾸로 PC에 가구 콘셉트를 접목해보자는 반전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주연테크는 보통 책상 아래 두는 투박한 데스크톱과 차별화하기 위해 우드 PC 본체를 화이트톤으로 하고 밝은 베이지색 나뭇결을 덧댔다. 나무 부분은 내구성이 약한 진짜 목재를 쓰지 않고, 얇은 필름을 물 위에 띄워 금속 표면에 입히는 수전사 공법으로 구현했다.

가격은 '슬림 모델'이 54만9천∼94만9천원, '마이크로 ATX 모델'이 93만9천∼214만9천원이다. 동급 PC와 비교하면 삼성전자나 LG전자 제품보다 20%가량 저렴하고, 조립 제품보다 10%가량 비싸다.

우드 PC에는 주연테크의 오랜 고민이 담겨 있다.

주연테크는 국내 PC 산업의 선구자 중 하나로 꼽히는 1세대 제조사다. 1988년 주가지수 연구 프로그램 개발사로 시작해 1992년부터 PC를 생산했다. 애초 사명 '주연'도 '주가연구'의 준말이었다.

2000년대 초는 주연테크의 전성기였다. 케이블TV 홈쇼핑과 손잡고, 한 달에 3만5천대 이상 데스크톱을 팔았다. 엔씨소프트와 비교해도 매출이 뒤지지 않았다.

하지만 PC 보급률이 높아지고 교체 주기가 길어진 데다 노트북 PC, 스마트폰 등으로 하드웨어 트렌드가 옮겨가면서, '국민 PC'라는 왕년의 애칭은 과거의 영광이 되고 말았다.

한때 400명이 넘었던 직원은 150명 안팎으로 줄었다. 2015년부터 우리로, 화인베스트먼트, 화평홀딩스 등으로 오너가 수차례 바뀌는 우여곡절도 겪었다.

지난해 새 경영진 안착으로 재도약 발판을 마련한 주연테크는 기업 이미지(CI)를 교체하고, 가정용 CCTV, 저렴한 대형 TV, 가상현실(VR) 카페 등 새로운 사업을 준비해왔다.

가성비보다 디자인에 신경을 쓴 우드 PC는 주연테크가 미래 먹거리로 본업에서 찾아낸 답이라 할 수 있다. 마침 지난해 4억6천만원의 영업이익을 기록, 5년 만에 흑자 전환해 분위기를 탔다.

주연테크는 전국 470여개 대리점, 하이마트, 코스트코 등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 오픈마켓을 통해 우드 PC를 판매할 계획이다. 우드 PC 초도물량은 약 6천대로 잡았다.

주연테크 관계자는 "우드 PC는 창사 30주년을 앞두고 우리가 나아가고 싶은 방향을 제시한 첫 제품이라는 의미가 있다"며 "아직 데스크톱 시장에도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