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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언론' 댓글… 우리나라는 'SNS·포털'만 소극적 관리

뉴스 댓글이 여론을 창조하는 하나의 언론이 되고 있다.

뉴스 본문을 읽는 동시에 댓글을 읽는 경향은 댓글도 또 하나의 뉴스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는 분석이다.

뉴스 댓글의 중요성에도 수많은 댓글이 '진짜 여론을 반영하는가'라는 질문에는 긍정적인 답을 내리기 어렵다.

대부분의 뉴스 댓글에는 직접적인 욕설을 교묘히 피해 '유사 욕설'이 난무하고 인종, 지역, 특정인에 대한 혐오로 가득 차는 경우가 빈번하다.

전문가들은 편향성이 짙어지는 뉴스 댓글 문화가 우리나라만의 특성이 아니라며 댓글을 시민들의 건전한 소통 창구로 만들어주는 것이 기성 언론이 해야 할 또 하나의 책무라고 강조했다.

독자와의 의견 교류 수단으로 언론사가 댓글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에 관한 관심은 해외에서 매우 크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신문과 방송' 1월호에 소개한 세계신문협회의 '댓글은 여전히 중요한가?: 2016년 세계 온라인 댓글 연구' 보고서 내용에 따르면 미국 공영라디오방송인 NPR은 지난해 8월 아예 자사 기사에 댓글을 달지 못하도록 기능을 폐쇄했다.

이유는 '저조한 이용률'과 '댓글 관리의 고비용'이다. 자사 댓글 창을 열어놓는 대신 소셜 미디어로 그 기능을 옮기는 것이 합리적 선택이라고 여긴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NPR과 반대의 길을 걷는다.

NYT는 온라인 공간에서 수준 높은 댓글과 풍부한 토론이 이뤄지는데 우수 이용자를 선정해 좋은 댓글을 홈페이지 중앙에 배치하는 방법까지 시도하고 있다.

댓글 관리도 엄격하다. 관리의 효율성과 소모적인 논쟁을 피하고자 현재 댓글 가운데 15%를 삭제하고 기사 게시 후 24시간 동안만 댓글을 허용한다.

댓글을 개방하는 기사는 뉴스의 가치나 독자의 관심사를 고려해 전체 기사의 10%로 제한돼 있다. NYT는 이 비율을 5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보고서는 NYT의 댓글 관리가 단순히 온라인 문화 정화에 그치지 않고 언론사 수익으로 연결된다고 강조했다. 댓글 이용자가 유료 구독자가 된다는 것이다.

건국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황용석 교수는 "NYT도 어떻게 보면 인터넷사업자이고 자사 인터넷 공간에 올라오는 이용자 의견을 관리해야 한다는 책임이 있다"며 "댓글 공간을 잘 관리해 의견 교류의 건강한 토양을 만들어준다는 측면에서 매우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댓글은 독자의 반응을 살필 수 있는 통로고 이에 대한 관심을 줄이면 자칫 독자와의 소통을 포기하는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언론사가 자사 홈페이지나 앱 등에 독자들의 댓글을 적극적으로 유도하고 이를 활용해 쌍방향 뉴스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황 교수는 "단순한 정보 제공뿐만 아니라 시민과 상호작용하는 담론의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 미디어의 책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정보가 없는 수천 개의 의견보다 질 높은 소수의 댓글이 훨씬 중요하다"며 "민주주의에서 식견을 갖춘 시민의 정치적 활동을 끌어내는 게 중요한 만큼 언론이 기능적 설계를 통해 좋은 댓글을 발굴하고 이를 뉴스의 또 다른 소재로 쓸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