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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교과서 연구학교 문명고 뿐..."사실상 사망 선고"

교육부는 20일 한국사 국정 역사교과서를 다음달 새학기부터 쓰게 될 연구학교로 경북 경산시의 문명고등학교 한 곳이 선정되었다고 밝혔다.

앞서 각 시·도 교육청이 연구학교 운영 신청을 받은 결과 영주 경북항공고와 경산 문명고, 구미 오상고 등 경북에서만 3곳이 신청서를 냈지만 서류미비 논란과 학내반발, 절차상 문제 등으로 문명고 한 곳만 남았다.

교육부는 이달 연구학교 운영계획을 세우고, 수시상담과 보고회를 바탕으로 국정교과서를 활용한 교수학습방법을 개발하는 등 연구학교 운영을 지원할 계획이다.

교육부는 이 가운데 실제로 국정교과서를 쓰게된 곳이 문명고 한 곳에 불과하게된 것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이 학교에 '외압'을 행사해 많은 학교가 연구학교 신청을 하지 못했거나 철회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교육부는 이런 점을 고려해 원하는 학교를 파악한 뒤 국정교과서를 무료로 지원해 보조교재로 쓸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박성민 교육부 역사교육정상화추진단 부단장은 "지금도 교과서 외에 다양한 자료를 수업에 활용하고 있다"며 "교육청을 거치지 않고 교육부가 직접 수요를 파악해 원하는 학교에 국정교과서를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부단장은 학교 운영위원회를 거쳐야 하는 교육자료가 아니라 보조교재 형태로 사용하는 안을 마련한 것 역시 국정교과서를 어떻게든 현장에 적용하려는 교육부의 '꼼수'라고 지적에 대해 "모든 학생들에게 사용하도록 하려면 보조교재로 활용하더라도 학교 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치도록 안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문명고 한 곳만 국정 역사교과서를 사용하게 됨으로써 사실상 사망선고를 받았다고 국정교과서 반대단체들은 주장하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부적격 교과서 보조교재 무단 배부는 교사의 ‘교육권’과 학생의 ‘학습권’을 침해하는 꼼수"라며 "전국적으로 연구학교 신청 0개교라는 사실은 정부가 만든 소위 ‘국정 역사교과서’가 교학사 뉴라이트 교과서보다도 더욱 철저하게 교육주체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네트워크는 "문명고마저 학생과 학부형들이 국정교과서 철회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문명고가 채택을 철회한다면 국정교과서는 채택률 0%라는 기록과 함께 박물관에 유물로 전시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정교과서가 학교 현장에서 외면당한 것은 외부세력의 압력 때문이 아니라 낡은 학설, 중·고등학교 계열성 무시, 역사 왜곡 및 사실 오류 등으로 인해 교과서 품질이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교육부는 이와 별도로 연구학교 지정 신청과 관련된 교원·시민사회단체의 외압 논란에 대해서도 계속 조사할 방침이다.

국정교과서 유일 신청학교인 경북 경산 문명고에서 20일 오전 재학생 100여 명이 철회 요구 집회를 벌이고 있다. 이날은 국정교과서 연구학교 지정 결과 발표가 예정돼있다. 전날 학교는 학생들에게 '자율학습을 운영하지 않는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2017.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