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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춘래불사춘

입춘이 지나고 우수까지 지났건만 아직 서울의 날씨는 쌀쌀하기만 하다. 아침저녁으로는 속으로 파고드는 바람이 매섭기 까지 하다. 그야말로 춘래불사춘이다. 옛날부터 우리조상들은 없는 사람은 날씨라도 따뜻해야 살 수 있다고 했다. 배고파 죽는 고통, 추운 날씨 탓에 죽는 고통이 인간으로서 가장 서러운 고통이 아니겠는가. 그래서 등 따시고 배부르면 그저 살만한 인생이라고 얘기하곤 했다.

봄기운이 돌 듯도 한데 날씨가 아직 풀리지 않듯이 우리나라 정치와 경제는 봄이 오는 길목에서도 좀처럼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대통령 탄핵정국이 몆 달째 지속되는 가운데 요즈음은 국민들의 목소릴 내기 위한 집회 및 시위조차 두 패로 갈려 나라 분위기가 영 편치가 않다. 한쪽에서는 촛불을 들고 대통령의 사퇴와 탄핵인용을 외치는데 다른 쪽에서는 태극기를 흔들며 탄핵반대를 소리치고 있다. 그 모습이 꼭 옛날 미국의 신탁통치를 두고 찬성과 반대로 갈려 국민들이 분열된 것과 흡사하다.

지금 돌아가는 국제정세나 북한의 김정은 정권이 하는 소행을 보면 우리 국민들이 하나로 똘똘 뭉쳐도 험난한 파고를 넘어갈 수 있을지 의문이 가는 세상이다. 그런데 한 집안에 부모와 자식의 의견이 다르고, 한 직장에 사장과 직원의 마음이 같지 않고, 세대 간에 생각하는 것들이 서로 같지 않으니 무섭게 몰아닥치고 있는 거대한 물결을 어떻게 타고 넘을 수 있을까. 무엇이 위험인지, 무엇이 걱정인지 생각하는 것이 같지 아니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접근방법이 사뭇 다르다 보니 국민들은 도대체 갈피를 잡을 수가 없다.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리면 그래도 좀 나아지지 않을까 싶었는데 생각의 차이는 더 깊어지고 의사표시를 하는 행태는 더욱 험악해져가고만 있다. 이런 갈등과 대립은 본래 정치적 기능을 통하여 해소하고 국민을 하나로 통합하여가야 하는데 지금 우리 실정은 전혀 다른 모양이 되어가고 있다. 예측되는 대선이 다가오면서 대선의 꿈을 가진 가람들은 국민을 자기편으로 끌어 모으려고 우리 국민들을 한 마음으로 모으기는커녕 갈라치기 하는데 여념이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조금만 더 있으면 따뜻한 훈풍이 불어오고 아름다운 꽃들도 피기 시작할 것이다. 이런 자연의 순환에 맞추어 우리나라에도 빨리 정치의 봄과 경제의 봄도 같이 찾아오기를 기대 하여 본다.

<김영종 동국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