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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 암살 용의자에 北외교관도...정권주도 가능성 커져

말레이시아 경찰이 김정은 노동당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 암살 연루자로 북한 외교관을 지목했다.

여기에 북한 정부가 운영중인 국영회사의 직원도 용의자 선상에 올렸다.

말레이 당국의 이같은 발표에 김정남 암살 사건에 북한 당국 차원이 주도하는 국가주도 범죄 가능성이 커졌다.

칼리드 아부 바카르 말레이시아 경찰청장은 22일(현지시간) 오전 기자회견에서 북한 대사관 2등 서기관 현광성(44)과 북한 고려항공 직원 김욱일(37)이 김정남 암살 사건에 연루돼 있다고 발표했다.

바카르 청장은 이들의 실명과 사진을 공개하면서 "북한 대사관에 이 두 사람에 대한 인터뷰를 서면으로 요청했다"고도 밝혔다.

북한 정부의 지휘체계에 속한 재외공관 소속 외교관이 김정남 암살에 관여한 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김정은 정권이 이번 사건의 배후라는 직접적인 증거가 된다.

이 사건을 북한의 '국가범죄'로 규정할 수 있다면, 북한 스스로 공개했던 2013년 장성택 처형 이상으로 북한 정권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 여론이 고조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외교관이 이번 사건에 개입한 구체적인 증거가 드러날 경우 국제사회에서 북한의 외교적 입지에도 '직격탄'이 될 수 있다.

북한은 이미 면책특권을 지닌 외교관들의 지위를 악용해 불법 무기 거래나 영리활동 등을 해온 점이 인정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로부터 재외공관 직원 수를 축소하라는 제재를 받기도 했다.

또 다른 연루자인 김욱일이 속한 고려항공도 북한의 유일한 국영 항공사로, 사실상 북한 정부의 통제를 받는 조직이다.

특히 말레이시아는 이미 수년간 고려항공 취항이 끊긴 사실상의 미취항지여서 고려항공 직원 김욱일이 이곳에 머무른 이유에 궁금증이 일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지난해 8월 유엔에 제출한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2270호 이행보고서에서 북한 항공기의 이·착륙 및 영공통과를 금지하고 있다며 "고려항공의 쿠알라룸푸르행 마지막 비행편은 2014년 6월 8일에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바카르 청장이 기자회견장에서 공개한 사진 자료에 따르면 김욱일이 말레이시아에 입국한 날짜(arrival in malaysia)는 올해 1월 29일로 비교적 최근이다.

현광성과 김욱일이 말레이시아에서 벌인 활동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알려진 바가 없지만, 바카르 청장은 "우리는 그들(말레이시아 당국이 특정한 북한 국적자 7인)에게 수사에 협조할 것을 요구할 이유와 근거를 갖고 있다"며 연루 증거를 확보했음을 내비쳤다.

칼리드 아부 바카르 말레이시아 경찰청장이 22일 쿠알라룸푸르 내 경찰청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17.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