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션

美,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 검토…'한국 핵무장론' 재점화

미국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응해 한반도에 전술핵무기를 재배치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져 '한국 핵무장론'이 재점화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4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백악관 상황실에서 국가안보팀의 회의가 지난달 28일을 포함해 두 번 열렸다고 전하면서 회의에서는 모든 대북 옵션이 논의됐고, 이 중에는 한국에 전술핵무기(tactical nuclear weapons)를 재배치함으로써 극적 경고(dramatic warning) 효과를 내는 방안도 거론됐다고 밝혔다.

트럼프 신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에서 한반도 전술핵무기 재배치론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우리 국방 및 군 관계자들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미국이 대북 선제공격에 이어 전술핵무기 재배치까지 거론하는 것은 앞으로 나오게 될 미국의 대북정책 강도와 방향을 가름하게 해준다.

미국은 1991년 9월 조지 부시 당시 대통령의 핵무기 감축 선언에 따라 주한미군에 배치됐던 전술핵무기를 철수했다. 우리나라에서는 북한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응해 전술핵무기 재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과 반대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우리 국민의 생존권 보장과 북한의 오판을 막기 위한 '핵균형' 차원에서 전술핵무기가 반드시 배치돼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한반도에 미국 핵무기가 재배치되면 북한의 핵개발 주장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때문에 불필요하다는 반대 의견이 팽팽한 상황이다.

어쨌든 트럼프 행정부에서 전술핵무기 재배치가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진 이상 '한국 핵무장론'의 재점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핵무기는 전략핵무기(strategic nuclear weapon)와 전술핵무기로 구분한다.

전략핵무기는 대륙간탄도급 미사일(ICBM)에 탑재되고 핵폭발 위력이 수백kt(1kt은 TNT 1천t의 폭발력)에 달한다. 한 번 사용하면 전쟁의 양상을 바꿔버릴 수 있는 핵무기로, 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장거리 폭격기 등이 주요 운반 수단이다.

전술핵무기는 국지전 등에서 전술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사용하는 소형 핵무기를 말한다. 폭발 위력의 크기는 전장 상황과 목적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20kt 이하의 핵무기를 말한다. 야포나 단거리미사일에 장착하는 핵탄두와 사람이 매고 다니다가 특정지역에서 폭발시키는 핵배낭, 핵지뢰, 핵기뢰 등이 전술핵무기에 속한다.

미국은 1958년 한반도에 전술핵무기를 처음 배치했으며 1960년에는 최대 950기에 달했다. 1977년 오산 공군기지에 있던 핵무기 저장고가 폐쇄됐고, 1985년 전술핵무기가 150기 가량 감축됐다. 1991년 9월 미국의 해외 전술핵무기 철수 선언과 같은해 11월 한반도 비핵화선언에 따라 12월 나머지 100여기가 최종 철수했다. 어네스트존 지대지로켓과 280㎜ 포, 마타도르 크루즈미사일, 핵 파괴탄, 라크로스 지대지 미사일, 데이비 크라켓 지대지 미사일, 155㎜ 곡사포 등 전술핵무기 운반체와 핵탄두 등이 미국 본토로 빠져나갔다.

미국 본토에는 현재 300여기의 전술핵무기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국은 2015년 기준으로 180여 발의 핵무기를 벨기에,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터키 등의 동맹국에 배치하고 있다. 미국은 유럽에서 핵무기를 철수할 계획은 없으며 핵투발 수단 교체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군사전문가들은 미국의 확장억제력의 실행력을 높일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전술핵무기 재비치라고 주장한다. 전구(戰區·theater) 범위가 짧은 한반도와 같은 지역에서 전술핵무기가 전쟁을 억제하는 데 상당한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만약 트럼프 행정부가 전술핵무기 재배치를 결정한다면 한국에 배치될 수 있는 것은 B61, B83 등의 핵폭탄과 열핵탄두인 W76, W78, 공대지 순항미사일(AGM-86)에 탑재하는 W80(150kt) 등이 꼽힌다.

이 가운데 B61 핵폭탄은 현재 독일, 벨기에, 이탈리아, 네덜란드, 터키 등 유럽에 있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기지에 180기가 배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무게 320~350㎏인 B61 핵폭탄은 B-52, B-2 전략폭격기와 F/A-18 전폭기, F-22 전투기 등에 장착할 수 있다. 폭발력은 350kt에 달한다. 올해에는 한층 개량된 B61-20 버전이 개발될 예정이다. 미국은 이 핵폭탄을 F-35 전투기에도 장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B83 핵폭탄도 B-52, B-2 전략폭격기, F/A-18 전폭기, F-22 전투기 등에 장착할 수 있다. 무게 1천100kg으로 폭발력은 최대 1.2 Mt급이다.

W80은 B-52 장거리 핵폭격기에서 발사하는 공대지순항미사일과 핵잠수함과 이지스 구축함에서 발사하는 토마호크 미사일에 장착된다. 폭발 위력은 150kt에 달한다.

한 전문가는 "미국 핵무기가 배치된 유럽처럼 우리나라도 핵균형을 이뤄 북한의 오판을 방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우리가 핵무기를 갖고 있으면 북한과 비핵화 협상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우리나라에 전술핵무기를 재배치하면 미국의 핵 비확산전략에 역행하고, 북한의 핵 개발을 정당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미국 전략무기 상시 순환배치 등 확장억제력의 실효성을 높이는 데 주력해야 한다는 반론도 나온다.

세종연구소의 정성장 통일전략연구실장은 "미국의 전술핵무기가 한반도에 재배치되면 중국과 러시아가 반발해 미-중, 미-러관계 뿐아니라 한-중, 한-러관계도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미국은 전술핵무기의 재배치에 필요한 비용을 한국에 요구해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이 더욱 늘어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 실장은 "한국으로서는 미국 전술핵무기의 한반도 재배치보다 한국의 독자적 핵무장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한국이 독자적 핵무기를 보유하게 되면 북한은 한국과의 군사대화를 더이상 외면할 수 없게 될 것이고, 미국 본토는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안전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전술핵무기 재배치 검토와 연계해 우리나라에서 핵잠수함 건조 주장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핵잠수함의 핵연료로 사용되는 농축도 20% 미만의 우라늄은 국제시장에서 상용거래로 구매할 수 있고, 핵무기 개발 계획이 전혀 없음을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당당히 보고하고 국제사회에 선포한 후 추진할 수도 있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문근식 한국국방안보포럼 대외협력국장은 "노무현 정부 당시 우리 군이 추진했던 핵잠수함 건조계획에는 농축도 20% 미만의 우라늄을 핵연료로 사용할 계획이었다"면서 "농축도 20% 우라늄은 IAEA 규정상 저농축 우라늄으로 분류되며 국제시장에서 상용으로 거래되는 수준이다. 이 정도면 핵무기를 제조하는 데 필요한 수준인 95%에 훨씬 못 미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