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난초의 향기

재경일보

  • 기사입력 2017.03.09 18:42:42

아침 테라스 문을 여니 상큼한 향기가 코를 찌른다. 가만이 살펴보니 10여개의 난초 중 세 개가 목을 쭉 빼고 꽃을 피웠다. 좀처럼 꽃을 피우지 않는 것이 동양란의 특징이고 꽃을 피워도 수수하여 눈에 짤 띄지 않는 것이 또 하나의 특징이다. 그런데 향기는 이루 말할 수없이 신비스러운 것이 자랑거리이다.

난초는 게으르고 무관심한 사람이 키우면 말라서 죽고 너무 부지런하여 물을 너무 많이 주면 뿌리가 죽는다고 한다. 나도 멀쩡한 난초를 가까운 지인들로부터 선물을 받아 제대로 키우지 못하고 시들시들 말라죽이거나 뿌리를 썩게 하여 죽여 버린 경우가 몇 차례 있다. 말하자면 난을 키우는 제주가 없고 성의가 부족한 셈이다.

많지도 적지도 않게 물을 적당히 주고, 너무 어둡지도 않게 너무 광선이 비치지도 않게 적당하게 조정하는 것이 난이 잘 자자라는 생육조건이다. 이는 사람이 삶을 이어가는 데 주용의 지혜를 터득하고 실천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너무 부지런하면 병을 얻기 쉽고 너무 게으르면 빈곤에 허덕일 수밖에 없는 것이 인생이다. 그래서 소크라테스나 아리스토텔레스와 같은 희랍의 고대 철학자들은 중용의 지혜를 가장 소중한 진리라고 얘기한 것이다. 지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것이 현명한 길이라고 한 것은 서양철학 뿐 아니라 중국과 같은 동양철학에서도 마찬가지이고 특히 불교에서는 중도를 인간이 행복에 이르는 가장 바람직한 길이라고 가르치고 있다.

그런데 요즈음 한국의 세태를 보면 극단주의가 판을 치는 광경이 자주 눈에 띄고 있다. 촛불사태와 태극기집회에 참석한 일부 사람들 중에는 자신의 의사를 표시하는 방법으로서 너무나 원색적이고 치졸한 표현을 하고 있다. 헌법과 법률에 따라 공무를 집행하는 사람과 그 주변을 위협하고 급박하는 것도 극단주의의 한 부류이다. 그리고 대선판에 뛰어든 정치인 중에서 일부는 너무 극단적 언행을 하는 것이 간혹 발견된다. 국민들의 눈길을 끌기 위하여 이런 언행을 하는지 몰라도 시간이 흐르면 이것은 정도가 아니고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받지 못하게 됨을 모르고 있는 것일까.

거문고의 줄은 너무 느슨해도 소리가 나지 않고 너무 줄을 탱탱하게 하면 줄이 끊어져 버린다. 난초는 너무 빛이 강하거나 너무 어두워도 생명을 잃게 된다. 내일도 나는 나의 난초들에게 모자라지도 않고 넘치지도 않게 물을 주련다. 태양도 적당히 비추어 주려고 한다.

<김영종 동국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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