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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심판, 3개월간 법리공방 벌인 주역들

92일간 진행된 박 대통령 탄핵심판이 10일 최종 마무리되면서 석 달 넘게 치열한 법리공방을 벌여 온 국회 소추위원단과 대통령 대리인단의 면면에 관심이 쏠린다.

소추위원으로 박 대통령 탄핵에 선봉장 역할을 한 권성동(57·사법연수원 17기) 국회 법사위원장은 검사 출신 3선 의원이다. 2006년 인천지검 특수부장을 끝으로 15년의 검사생활을 마무리하고 변호사로 개업했다. 이명박 정권 초기 청와대 민정수석실 법무비서관을 지내다 2009년 재보선에 당선돼 정치활동을 시작했다.

탄핵소추 가결 직후 법률에 따라 당연 소추위원이 된 권 위원장을 바라보는 시선은 차가웠다. 여당 소속인 그가 박 대통령의 탄핵심판을 얼마나 적극적으로 이끌어 갈지 의문이었다.

하지만 본격적인 탄핵심판 변론이 진행되면서 그에 대한 평가는 조금씩 달라졌다. 검사 출신 특유의 날카로운 질문을 쏟아내며 증인이 필요한 증언을 하도록 유도했다. 지난달 1일 열린 탄핵심판 10차 변론에서 헌재가 대통령 측이 신청한 증인을 연거푸 채택하자 재판부를 향해 "심판 지연이 우려된다"는 쓴 소리를 내뱉기도 했다. 탄핵심판을 마무리하는 최종변론에서는 감정에 북받쳐 눈시울을 붉히는 모습도 보였다.

소추위원 대리인단의 수장을 맡은 황정근(56·15기) 변호사의 활약도 컸다. 2004년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끝으로 15년 간 몸담았던 법원을 떠나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변호사 생활을 시작했다. 법원 재직 당시 법원행정처 심의관 등으로 주요 사법정책 마련에 기여한 데 이어 변호사로 활동하며 선거법과 관련한 최고 권위자라는 평가를 받았다.

탄핵심판 초기 증인들이 잇따라 소환에 불응하고 대통령 측이 심판 지연을 시도할 때마다 신속한 진행을 강조하며 심판 속도를 내도록 독려했다. 탄핵심판 최종변론에서는 박 대통령의 탄핵사유를 17개 쟁점으로 분류해 하나하나 중대한 헌법 및 법률 위반에 해당된다는 점을 들어 재판부를 설득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헌재에 제출하는 주요 준비서면도 대부분 황 변호사가 직접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리인단도 국회의 공세에 맞서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탄핵심판 초기부터 대리인단 맏형 역할을 자처하며 공보활동 등 궂은일을 도맡았던 이중환(58·15기) 변호사는 불리한 여건 속에서 대통령을 방어하기 위한 적절한 법리를 도출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박한철 전 헌재소장이 탄핵심판을 3월 13일 이전에 끝내야 한다는 발언을 하자 '중대결심'을 언급하며 강하게 반발하는 등 검사 출신다운 '결단력' 있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심판 종반에는 원로 변호사들이 대리인으로 대거 추가 선임되면서 대리인단 내 주도적 역할에 일부 한계를 보였지만, 사실상 대통령 측 '브레인'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달 13일 뒤늦게 대통령 대리인단에 합류한 헌법재판관 출신 이동흡(66·사법연수원 5기) 변호사는 탄핵심판 종반 대통령 측이 간과한 주요 쟁점들을 거론하며 국회 측을 긴장케 했다.

헌법재판관 출신답게 탄핵소추절차의 적법절차 위반과 탄핵사유의 중대성 결여 등 각종 헌법 논리를 내세우며 헌법 법리 공방에 불을 붙였다. 이 변호사의 변론에 강일원 주심 재판관이 "이제야 헌법재판다워졌다"며 치켜세우기도 했다.

대한변호사협회장 출신의 김평우(72·사법시험 8회) 변호사도 막판 가세해 심판정 안에서 강력한 의견 표명에 나섰고 장외에서도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 눈길을 끌었다.

다만 심판정 안에서 재판관을 상대로 막말을 서슴지 않거나 확인되지 않은 기사를 토대로 '색깔론' 공방을 벌였던 일부 대리인의 행동은 탄핵심판의 '옥에 티'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