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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우리나라의 큰 정치적 과제요, 모든 국민의 관심사였던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은 헌법재판관 8인 전원 인용결정으로 끝나고 대통령직에서 파면되었다. 이로써 대통령탄핵 문제는 지나간 일이 되었다. 그런데 아직 우리 국민들은 괴롭고 복잡한 그 문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매스컴은 여전히 민간인 박근혜와 관련된 일들을 사사건건 보도하기에 바쁘고 지지자들 중 일부는 박 전 대통령의 삼성동 자택을 얼씬거리고 있다.

이제 박 전 대통령은 형사피의자로서 검찰 수사를 받아야 하는 평범한 시민의 한 사람일 뿐이다. 그런데 매스컴에서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삼성동 집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며 박전대통령이 어떻게 지내는지 알아보려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심지어 저녁 몇 시에 불이 꺼졌고 아침 몇 시쯤 불이 켜졌는지를 관찰하고 이를 무슨 뉴스라고 텔레비전에 보도를 하고 있다. 시민으로 돌아 온 박전대통령도 조용하게 지내면서 프라이버시를 보장받을 권리가 있다. 그리고 그녀가 인기 있는 연예인처럼 시중의 재미거리로 일거수일투족이 밝혀져야 할 대상도 아니다.

그리고 박 전 대통령의 열렬지지자들 중에서는 밤을 세워가면서 집 부근을 지킨다고 하고, 이들 중 어떤 사람들은 큰소리로 헌재결정에 불복하는 소리를 외치고 박근혜를 연호하고 있다. 이 모임의 움직임과 이들의 외치는 소리에 주변 시민들이 소란에 불편을 호소하는 지경에 까지 이르고 있다. 집회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는 헌법에 보장되어 있다. 그러나 그런 자유는 다른 사람의 주거의 자유, 종용하게 살면서 행복을 추구할 자유를 침해하여서는 안 된다.

그 뿐만 아니라 박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국회의원들 몇 명이 삼성동팀을 결성하여 박대통령을 보좌하고 지원한다고 한다. 비록 비공식적 모임이지만 이런 모임이 형사피의자로서 수사를 받고 있는 박전대통령에게 어떤 도움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정치적 압력으로 수사과정에 영향력을 미치려고 한다면 그런 발상 자체가 문제이다. 정치인의 충정의 의사표시는 자유이나 파면을 당한 사람을 비호하려는 태도는 국민들로부터 정치인들의 정치적 윤리와 사회적 정의를 추구하는 사람인가를 의심받을 우려가 없지 않다.

한 때 도움을 받았거나 인연이 깊은 사람이 어렵게 되었을 때, 그를 지원하거나 위로하는 것은 동양에서는 예와 의리로 칭송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그것도 당사자가 누구이고 상황이 어떠한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헌재결정은 돌이킬 수 없는 것이다. 그러면 탄핵문제는 지나간 것이다.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정리하고 닥쳐오는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우리의 에너지를 쏟아야 한다. 아프고 쓰라린 과거는 하루빨리 잊어버리고 내일은 내일의 태양을 맞이하는 것이 지혜로운 삶의 방식이 될 것이다.

<김영종 동국대 명예교수>

박근혜 청와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