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법정 근로시간단축의 빛과 그늘

재경일보

  • 기사입력 2017.03.22 17:19:28

국회에서는 모처럼 여야가 합의를 한 정책이 있었다. 바로 법정근로시간 단축이다. 주당 근로시간을 현재의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자는 의견에 일치를 본 것이다. 이런 정책대안이 목표로 하는 것은 근로시간을 단축시켜 단축된 근로시간만큼의 일을 신규근로자에게 넘겨줌으로써 고용기회를 확대하자는 것이다.

독일 등 유럽 국가들에서는 실업자가 증가할 때 이와 같은 근로시간단축을 통하여 직장나누기(job sharing)를 시도한 바 있다. 다만 이들 나라에서는 국가의 정책방향에 맞추어 노사가 단체협약으로 이런 근로시간단축과 직장나누기가 실시되었다. 그런데 이는 노사양측의 양보와 배려의 정신이 바탕이 되어야 효과가 있다. 기존 근로자의 근로시간단축에 따른 임금감소가 동반되고, 노동생산성 감소가능성도 따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노사협의에 의한 자율적 제도시행이 어렵다고 본 정부는 이번에 근로시간 단축을 법제화하려고 하였고, 국회에서도 긍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 배경에는 현재 우리나라의 실업률이 상당히 높고 특히 청년실업률이 위험수준에 이르고 있자, 고용증대책이 시급한데 뚜렷한 방안이 없어 이런 근로시간나누기를 들고 나오게 된 것이다. 마침 대선이 다가와서 여야 후보들은 실업대책이 간절한데 이 정책대안이 그럴듯하게 보이기 때문에 반대 보다는 찬성하는 쪽이 유리하다고 보아 여야 간 합의가 생각보다 쉽게 이루어질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근로시간 단축은 밝은 빛이 있는 반면에 어두운 그늘이 있는 정책임을 신중하게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한국노동연구원은 근로시간단축을 하게 되면 5년 안에 약 14만명~15만 명의 고용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그 뿐만 아니라 근로시간이 긴 우리나라 근로자들이 근로시간이 단축되는 만큼 여가시간이 늘어나면 삶의 질이 높아질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연간 근로시간은 2,113시간으로 OECD평균 1,766시간보다 상당히 길다. 이렇게 보면 근로시간 단축은 매우 합리적이고 바람직한 정책으로 보인다.

그러나 근로시간 단축은 당장 단축되는 근로시간만큼 근로자의 임금소득을 줄이게 된다. 주로 중소기업근로자들이 이와 같은 임금감소를 당하게 되며 이들은 수비도 줄여야 할 것이다. 기업으로서는 숙련노동자의 새로운 근로자 대체로 인한 노동생산성 감소를 감내해야 할 수도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사업주가 근로시간 단축을 노동 강도를 높여 생산효과를 보상하려고 할 수도 있다. 이 경우 근로자의 피로도는 증가하고, 나아가 산업재해의 증가를 가져올 수도 있다.

이런 문제를 감안하여 정부는 근로시간단축의 쇼크를 줄이고자 전 기업에 일률적으로 시행하지 않고 기업규모에 따라 단계적으로 시행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부족하다. 2단계의 단계적 시행은 좀 더 세분화할 필요가 있으며, 대체노동이 어려운 특수노동에 대해서는 특별 연장근로 허용 등 근로시간단축에 예외를 설정할 필요도 있다. 고도의 기술과 기능을 필요로 하는 어떤 부문의 노동은 신규노동자가 단축근로를 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

법정 근로시간단축은 4차 산업혁명이 닥쳐오고 있고, 선진국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우리나라에서 불가피한 정책이며 바람직한 정책이기도 하다. 그러나 정부가 강제적 법규로 실시하는 고용정책은 빛이 있으면 그늘이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정책의 어두운 역기능을 최소화하려는 세심한 정책적 배려가 뒤따라야 하는 것이다.

<김영종 동국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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