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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세계컴퓨터 바둑대회

지난 19일 일본의 도쿄에서는 흥미로운 세계바둑대회가 열렸다. 사람이 두는 바둑이 아니라 컴퓨터끼리 싸우는 바둑대회이다. 컴퓨터바둑에 대해서는 알파고와 이세돌이 다섯 차례에 걸쳐 바둑을 두어 한국은 물론 세계의 바둑애호가들에게 깊은 관심을 끌게 했다. 이 바둑대회에서 이세돌은 한 차례 겨우 이김으로써 영패를 면하여 인간의 자존심을 지켜주었다. 그러나 이 대회를 통하여 인공지능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었으며, 알파고는 그 이후 60차례 세계의 기라성 같은 전문기사들과 싸워 전승을 거두었다.

그런데 알파고에 이어 이제 일본, 중국, 한국 등 여러 나라는 각자가 인공지능바둑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이번에 동경에서 개최된 세계컴퓨터 바둑대회는 이렇게 개발된 인공지능바둑프로그램 16개가 자웅을 겨룬 흥미로운 행사였다. 여기서 1등은 예상을 뒤엎고 중국의 줴이가 일본의 딥젠고를 누르고 당당히 우승을 차지하였다. 지난해 준우승을 차지한 한국의 돌바람은 8강에서 중국의 줴이에게 나가 떨어졌다. 이 대회에서의 이런 시합결과는 바둑은 물론 인공지능기술 나아가 제4차 산업혁명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인공지능바둑프로그램은 두 가지의 결합을 통하여 형성된다. 바둑실력과 인공지능기술이 그것이다. 중국 줴이가 1등을 차지한 배경에는 세계 최강의 바둑실력과 인공지능기술이 깔려 있다는 말이다. 실제로 몇 년 전 까지 세계 최강을 자랑하던 한국바둑은 중국의 신예기사들에게 밀리는 경우가 많다. 여기다 인공지능기술에 관해서는 한국은 중국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 중국은 미국에 이어 세계2위로 인공지능개발산업이 발달하고 있다. 산업체수나 특허기술 모두 미국 다음으로 세계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중국의 구글이라고 하는 바이두에만 인공지능개발부문 인력이 무려 1,300명에 이를 정도다. 이 정도면 일본의 딥젠고를 중국의 줴이가 누른 것은 전혀 이상한 것이 아닐 것이다.

문제는 컴퓨터바둑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인공지능, 융합기술등을 핵심으로 하는 4차산업혁명이 앞으로의 경제를 판가름할 것으로 예상하는 데 우리나라는 아직 이 부분에 대한 투자 등 사업 준비가 너무나 미약하다는 것이 문제이다. 삼성전자와 네이버가 미국 실리콘벨리에 인공지능연구소를 설립할 것을 검토 중인 것을 제외하고는 4차산업혁명에 관한 책이 몇 권 나오고, 관심 있는 경제학자나 사회학자가 이것이 무엇인가 고개를 기웃거리는 수준이다. 이런 추세로 나가면 현재 중국과의 기술격차 0.9년은 언제 사라지고 우리가 신산업 신기술에 있어서 후진국 신세로 떨어질지 모른다.

이런 신세를 모면하자면 인공지능 등 신기술 개발에 파격적 지원을 위한 정책적 고려가 있어야 하고, 그런 결단은 정치권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차기 정부는 침체된 경제회복과 더불어 이 부문에 깊은 이해와 정책적 관심이 선행되어야 한다.

<김영종 동국대 명예교수>